[프라임경제] #. SK텔레콤을 이용하는 A씨는 최근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간 매월 1만6500원씩 본인도 모르는 소액결제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 피해금액은 21만4500원으로 SK텔레콤에 문의했지만 통신사는 관련 권한이 없다고만 답변했다. 이에 해당 콘텐츠제공업체(CP)와 연락한 결과 2개월분 3만3000원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해 A씨는 미래부 등 여러 기관에 민원을 넣었다.

#. KT를 이용하는 B씨는 최근 1만9800원이 결제됐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KT고객센터로 문의하니 결제대행서비스업체에게 전화를 해보라는 답변뿐이었다. 업체를 통해 알아보니 B씨는 지난 9월 무료체험사이트에 접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사이트는 회원가입 후 인증한 휴대폰으로 자동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사이트였던 것이다.

이처럼 휴대폰결제 피해는 이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1개월 동안 무료로 영화·음악 등 콘텐츠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회원가입 동의를 받은 후 소액결제 사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빈번하다. 1개월 이후에는 소비자 동의 없이 자동결제가 돼 이용자가 휴대폰 통신요금내역을 확인하기 전까지 알아채기가 힘들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같은 '사기'를 당했음을 알아차리더라도 환불요청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통신사에 환불을 요청하면 결제대행업체나 CP 측으로 권한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관련 업체들은 전액 환불이 아닌 부분 환불로만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박혜자 의원(교문위·민주당)은 "통신요금내역서에는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아닌 결제대행업체명과 연락처만 있어 소비자가 환불요청을 하기 힘들다"며 "환불요청을 하더라도 앞으로는 부과하지 않겠지만 과거 부과내역을 환불해달라는 요청은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모바일결제 피해 민원 10만건 넘어

한국전화산업결제협회(이하 전결협)의 '휴대폰 ARS 결제중재센터 민원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모바일결제 피해 관련 민원은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결제 피해로 인한 소비자 민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 한국전화산업결제협회  
모바일결제 피해로 인한 소비자 민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 한국전화산업결제협회
2011년 3만6239건이었던 민원 수는 지난해 7만8936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 집계한 민원 통계치만 모두 10만1100건으로 이미 전년도 상·하반기를 합한 수치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 유형을 살펴보면, 미성년자 결제와 부당요금 청구 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성년자 결제와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는 △2011년 192건 △2012년 1437건 △2013년 8월 기준 1406건으로 지속 증가세다. 미성년자 결제는 미성년자가 부모 등 성인 명의의 휴대폰 혹은 미성년자 명의 휴대폰으로 게임 등 콘텐츠를 결제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특정 무료게임을 내려 받은 후 이용하다가 유료 게임아이템을 결제 또는 구입하게 되는 인앱(In-Application) 결제가 대표적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인앱결제는 국내 오픈마켓은 초기화면에 안내해주지만, 구글은 개인인증 절차 없이 진행돼 이용자가 결제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당한 요금청구에 따라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 역시 △2011년 35건 △2012년 330건 △2013년 8월 기준 45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전체 분쟁조정 신청 중 11.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소비자 피해에 대해 박 의원은 "게임사에서 일방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동통신사업자나 결제대행업자가 기술적 미비한 부분에 대해 보완하려는 노력을 다해야할 텐데, 직접적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회사만 모바일거래에서 본인확인의무를 강화한다고 피해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표준결제창 전면도입하고 감시 강화해야"

그렇다면 소비자가 통신과금서비스와 관련한 손해를 입었다면 어떤 사업자가 책임져야 할까? 이럴 경우 이통사·결제대행업체·게임회사 모두에게 배상책임이 있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은 이통사가 통신과금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통신과금서비스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액결제의 인증번호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결제대행업자에게는 인증정보의 보안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콘텐츠제공업자도 모바일 소액결제거래에서 본인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통신과금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사업자가 배상책임이 있지만, 실제 소비자는 피해사실에 대해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핑퐁게임'처럼 환불처리를 맡을 사업자를 찾느라 애를 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김형우 전결협 팀장은 "요금청구는 전화요금과 합산 집행되는데, 청구되기 전 소비자가 취소요청을 하면 통신사에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지만 청구된 이후 민원을 제기하면 CP·결제대행 업체에 직접 요청을 하거나 중재센터 등에서 중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환불요청이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소비자 본인에게 결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사업자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지했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인지를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소액결제·스미싱으로 인한 스마트폰 이용자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표준결제창 전면도입과 사업자 감독을 통해 고객피해 감소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 다음 카페 캡처  
소액결제·스미싱으로 인한 스마트폰 이용자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표준결제창 전면도입과 사업자 감독을 통해 고객피해 감소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 다음 카페 캡처
특히, 김 팀장은 모바일결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표준결제창 전면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적으로 표준결제창을 강제화해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면 이러한 분쟁의 소지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소액결제 사기를 막기 위해 전자결제를 할 때 반드시 인증을 거치도록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사업자들이 표준결제창을 사용하게끔 해 소액결제 피해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자는 결제를 위해 △서비스 내용·종류 △서비스 기간 △금액을 명시해야 하고, 소비자가 확인하고 동의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제창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조치가 내려지며, 반복적으로 위반하게 되면 영업정지 명령까지 부과된다.

이와 관련 김 팀장은 "현재 표준결제창이 100% 완벽하게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된 것은 아니다"라며 "영세사업자들에게는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확실한 점검과 표준결제창 전면도입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by 100명 2013. 11. 8. 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