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김일영 KT 그룹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이 해외로 출국을 시도하다 불발됐다. 이로 인해 KT 고위 임원들의 본격적인 탈(脫) KT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일영 사장은 6일 저녁 우간다로 출국하려다 출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출국을 저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석채 회장의 최측근인 김 사장이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포착,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김 사장의 출국 배경에는 이석채 회장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김 사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우간다 대통령을 만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찰이 이석채 회장과 측근 임원들의 자택 압수수색 등 수사가 확대되자 해외로 도피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우간다의 경우 과거 영국령이었던 곳이다. 김일영 사장은 영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

더군다나 김 사장은 최근 이석채 회장과 함께 지난달 26일 출국해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린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AS) 2013'에 참석한 후 2일 오전 입국한 바 있다. 굳이 이석채 회장 사퇴 발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우간다 대통령과 면담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출국을 강행했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홍진 글로벌&엔터프라이즈부문(G&E) 사장을 아프리카에서 불러들이고 굳이 김일영 사장이 나가려고 했던 점이 의심스럽다"면서 "김홍진 사장이 입국을 미루면서 별도로 남아 사업을 마무리하고 6일 입국 했는데 오히려 우간다 대통령과의 면담이 중요했다면 김홍진 사장이 우간다 대통령을 만나고 입국하는 것 편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고 전했다.

게다가 김일영 사장은 KT의 사내이사다. 오는 12일 KT 이사회는 이석채 회장 사퇴 여부에 대해 긴급 이사회를 연다. 이날 이사회에는 7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사내이사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또 다른 사내이사인 표현명 T&C 부문장(사장)이 있긴 하지만 이석채 회장의 사퇴를 정하는 중요한 이사회를 앞두고 출국을 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검찰에서도 김일영 사장이 IT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는 KT의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BIT) 과정에서 사업비 9000억여원 중 상당 부분을 해외로 빼돌렸는지 여부, 수상한 해외 컨설팅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씩이 지출되는 데 관여했는지 등을 의심하고 있다.

또 위성사업을 맡고 있는 KT샛 사장을 겸임하고 있어 무궁화위성 2호와 3호의 매각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김일영 사장의 해외 출국 시도가 밝혀지면서 앞으로 KT 임원들의 본격적인 KT 탈출하기가 시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석채 회장의 낙하산 인사로 알려진 모 임원의 경우 글로벌 IT업체의 면접을 마치고 출근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 내부에서는 그동안 이석채 회장이 데려온 낙하산 인사들 간의 불협화음이 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특히 이석채 회장의 동창 인맥과 '친박 인사'와의 다툼이 심해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이 들어와도 수사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y 100명 2013. 11. 8.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