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그는 천재과에 가까워요. 그를 수행하다 보면 그 엄청난 인맥에 입이 쩍 벌어집니다.”

지난 2009년 초 이석채(얼굴) 회장이 KT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후 공무원 출신 기업인과 KT 임원에게서 들은 얘기다.

남중수 전 KT 사장이 중도 사퇴한 뒤 KT CEO로 선임된 그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워낙 중량감 있고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다 보니 ‘공기업’ 분위기 물씬 풍기는 KT의 혁신을 이끌 적임자란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로 바뀌자마자 이 회장이 퇴진할 것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KT 내부에선 “어차피 떠날 사람인데…” 하며 정권말 레임덕 비슷한 현상도 자주 눈에 띄었다.

시민단체의 고발에 이어 검찰 수사가 강도를 더하더니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버티던 이 회장도 결국 중도 사퇴의 길을 택해 오는 12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KT와 KTF 합병,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점 등이 공이라면, 낙하산 인사 대거 수용과 통신사업 경쟁력 약화 등은 과로 꼽힌다. 공과는 차치하더라도 이 회장 중도 퇴진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숙제를 안겼다. 정부 지분 하나 없는 민간 기업을 예전에 공기업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검찰은 “의혹이 있어 수사한다”고 강변하지만 “정부의 사퇴 요구에 버티는 이 회장을 검찰수사로 찍어낸 것”이라는 분석이 더 큰 설득력을 얻는 게 현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불명예 퇴진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경영계획은 요원하다”는 KT 임직원들의 항변에 정부는 무엇이라 화답할 것인가. 통신시장은 2G에서 3G, 4G로 숨가쁘게 변해가는데, 국내 최대 통신회사 CEO 자리를 ‘정부 지분’으로 여기는 인식은 언제쯤이나 바뀔까.

by 100명 2013. 11. 8.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