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사퇴설이 정기 이사회 시기를 맞아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MB정부에서 정 회장과 함께 임명됐던 이석채 KT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정 회장도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8일 포스코에 따르면 오전 10시 30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는 회사의 경영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내년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등 핵심 경영 전략이 주요 사안으로 논의됐다는 것. 정 회장에 대한 거취 논의 혹은 사퇴와 관련된 내용은 일체 거론되지 않았다는 게 포스코의 공식 입장이다.

포스코는 또 정부 등 외부에서 이사회 시기만 되면 정 회장의 사퇴설을 거론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매우 불편하다’는 속내도 함께 밝혔다.

정 회장은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MB정부의 힘을 받고 회장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사퇴설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포스코 전직 임원과 지역 상공계 등은 정 회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사퇴 시기 조율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 어떤 형식을 거쳐 언제 물러날지의 문제가 남았다는 것인데, 다음 달 20일 예정된 올해 마지막 이사회에서 정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포스코 한 전직 고위 임원은 포스코 회장 사퇴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임원은 "KT회장에 이어 포스코 회장까지 억지로 몰아내는 모양새를 부담스러워하는 정부가 정 회장의 퇴진을 정기주총에 맞춰 질서 있게 정리할 것"이라며 "정치적 힘도 없고, 회사 실적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정 회장이 최근 주변의 사퇴 압력을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늘 열리는 이사회에서 포스코 회장 거취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이사회 시기만 되면 터져나오는 회장 교체설이 당혹스럽다”며 “포스코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포스코의 정치외풍과 관련, 2대 회장이던 황경로 전 회장이 김영삼 정부 때 1년 만에 낙마했고, 김만제 전 회장이 김대중정부를 맞아 자리를 유상부 전 회장에게 넘겨줬으며, 이구택 전 회장도 임기를 남겨두고 이명박 정권 때 물러났다.

by 100명 2013. 11. 9. 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