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낙하산 임원만 50여명, 우군 확보 전략인 듯… 구조조정 협박 먹힐까.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3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는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문제가 제기됐던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사퇴하겠다는 사람이 구조조정을 하겠다니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최대한 KT 안에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지막까지 인사권을 쥐고 내편이 아닌 사람을 먼저 치겠다는 의미라는 이야기다.

KT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올레 KT’ 가운데 누가 ‘갈래 KT’가 될 것이냐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올레 KT’는 한때 KT의 마케팅 구호였지만 2009년 이 회장 취임 이후 들어온 낙하산 인사들을 말한다. 이와 별개로 원래 KT라는 말도 있다. 이 회장 취임 이전부터 근무했던 사람들이고 ’갈래 KT‘는 이 회장과 함께 동반 퇴진할 임원들을 말한다. KT의 임원은 130여명, 20%를 줄인다면 26명 정도가 ’갈레 KT‘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장이 실제로 인사권을 휘두를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보는 관측은 많지 않다. 변호사 비용 등의 문제로 막판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버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레임덕을 지나 ‘원래 KT’ 임원들 사이에서도 줄 서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올레 KT’ 낙하산들도 당장 자리보전이 절박한 상황이라 이 회장을 감쌀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석채 5년, KT 안팎에서는 이석채 회장 유지 비용이 너무 크다는 비판이 많았다. 권력의 낙하산으로 내려왔으니 권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건 당연한 일.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은혜 전무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 출범 초기 여성부 장관 후보자였다가 낙마했던 이춘호 사외이사는 김윤옥 여사의 오랜 친구로 알려졌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장치암 상무,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KT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은 어림잡아 봐도 50여명에 육박한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이태규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전무와 인수위 인수위원 출신의 허증수 전 사외이사, 인수위에서 전문위원을 지냈던 서종렬 전 미디어본부장 등도 모두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들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선 캠프 홍보단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던 임현규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부랴부랴 친박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의 홍사덕 전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캠프에서 미디어팀장을 맡았던 김정관씨는 자회사 KT렌탈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도 친박계 낙하산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의 측근 인사도 수두룩하다. 이 회장의 대학 동문인 이현락 사외이사 등이 이석채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석조씨는 KT렌탈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KT스카이라이프 고문을 맡고 있는 석호익씨와 이성해씨는 이 회장이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들이다. 정성복 부회장과 남상봉 법무센터장, 박병삼 전무 등 판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아들 황성진씨가 법무팀에 재직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들도 대거 영입했다. 오세현 전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이다. 모두 신구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줄을 대거나 사법처리 가능성을 대비해 방패막이로 쓰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낙하산 임원들은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석채씨는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보험 성격으로 낙하산 인사를 남발했다”면서 “지난 5년 동안 자살만 26명, KT 노동자들이 숱하게 죽어나갔는데 이석채 낙하산 임원들은 고액 연봉 잔치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 취임 이후 직원 숫자는 3000명, 10% 가까이 줄었는데 임원 수는 공개된 임원만 133명으로 150% 이상 늘어났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최근 이석채 KT 회장의 사퇴와 관련,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최고 경영자의 불명예스런 낙마 스캔들은 정경유착의 구조적 원인에서 나온다“면서 ”총자산 24조 원에 자회사 등 관계사 사장 자리가 30개, 1억 이상 연봉을 받는 임원 자리가 100여 개인 거대기업 KT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by 100명 2013. 11. 9.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