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T 이사회가 다음주 이석채 회장의 사퇴를 공식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이 회장 임기 기간에 영입된 임원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채주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석채 회장의 퇴임이 KT 내부에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전직원을 상대로 사의를 전한 이메일에서 임원 수를 20% 줄이고,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임직원들의 동요가 심한 상황입니다.

사퇴가 임박한 CEO가 마지막까지 인사권을 휘두르긴 어렵겠지만 낙하산 인사가 많기로 꼽히는 조직 특성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공기업이 아닌데도 정권에 따라 핵심 임원들의 자리가 오고가다 보니, 이 회장의 사퇴는 단순한 수장 교체가 아니라 KT 내부정권의 교체를 의미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130여명의 KT 임원 중 이석채 회장 임기 중 영입됐거나 정치권 입김으로 자리를 얻은 낙하산 인사는 30~40명에 달합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이들 명단을 내세워 이석채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들어온 낙하산 임원들은 올레 KT라는 별칭까지 얻었는데, 이들이 받아가는 연봉이 적게는 7천만원, 많게는 10억원에 달하는 만큼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KT 내부에서는 누가 칼바람을 맞게 될지, 어디로 줄을 서야 할지 저마다 계산하기 바쁜 모습입니다.

직원들은 이 회장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고 이미 다른 줄을 대는 임원도, 표정이 어두운 게 조짐이 안좋아 보인다는 임원도 있다며 수근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 남중수 전 사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옷을 벗은 뒤 핵심 임원들이 밀려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을 경험한 직원들은 다시 찾아온 혼란에 사기를 잃고 있습니다.

검찰이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 등 이 회장 측근 임직원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이사회가 동요를 막기 위해 다음주에 회의를 열어 이석채 회장 퇴임일을 확정하고, 후임 CEO 선임 일정을 논의키로 했지만 사업상 차질은 불가피합니다.

이석채호 마지막 성과로 꼽히는 아프리카 사업은 이 회장에 이어 김일영 센터장까지 출국이 금지돼 우간다 대통령 면담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습니다.

위성 헐값매각 의혹을 두고도 미래부, 산업부 등 정부까지 나서 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사업에 제재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논란의 중심인 이석채 회장은 KT를 떠나겠지만, 남겨진 직원들은 긴 시간 고통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됩니다.

by 100명 2013. 11. 9.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