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허준, 정미하기자] 'CEO 리스크'를 겪고 있는 KT가 휘청이고 있다.

직원들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퇴의사를 밝힌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부적절한 경영' 협의로 소송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 2013년 겨울 KT의 '시계'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10일 "CEO사퇴 등 여러 일들이 있지만, 대체로 차분한 가운데 회사의 결정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지만,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한 상황이다.

◆"사퇴하면서 구조조정을?"

직원들은 지난 3일 이석채 회장이 사퇴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면서 언급한 '경쟁력' 강화방안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걱정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임원의 수를 줄이고 고문과 자문위원제도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경쟁사와 인건비 격차를 현재 1조5천억원 수준에서 1조원까지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130명 안팎에 달하는 임원 가운데 이미 이 회장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임원들에 대한 정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임원구조조정을 넘어 일반 직원대상의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 임원감축 만으로는 인건비 격차를 줄이기가 어렵다.



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KT노조 차완규 정책기획실장은 "나가는 CEO가 임원정리나 인건비 감축 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는 새로 오는 CEO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이 회장의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마음은 복잡한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경영진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베스트'라며 자회사 임원들은 본사에 오지도 않는다고 한다"면서 "일반 직원들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많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KT와 협업 신뢰도 추락

이런 분위기는 진행중인 사업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KT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통신영역뿐만 아니라 타산업과 추진하던 사업에도 영향을 끼쳐 당분간 새로운 제휴나 신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KT와 솔루션을 협력중인 업체 관계자는 "가능한 KT와 협업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에겐 큰 이익이지만, KT와의 협력에 제동이 걸려 사업중단을 염두에 두고 다른 기업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CEO가 관심 있게 보고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어떤 사업이든 활성화가 어렵다"며 "KT 상황이 급변하며 우리 쪽(금융계)보다 '갑을관계'인 협력업체들의 부담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통신을 잘 모르는 인물이 경영의 방향성을 넘어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까지 직접 관여하면서 주파수 정책 등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부문에서도 뒤쳐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책 기관의 고위 관계자 역시 "재벌사 사장이나 부처 고위관료라서 된다 안된다를 말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냐 아니냐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논란, 외부 시선도 차가워"

CEO가 불명예퇴진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KT 소액주주들이 과징금 납부와 노동자퇴출 프로그램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 등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석채 KT 회장 등 전현직 KT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고소인들은 KT가 민영화된 2002년 이후 불법영업으로 감독기관으로부터 과징금 1천187억원을 부과받았고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퇴출프로그램(일명 CP)을 가동해 노동인권을 탄압을 일삼고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여기에다 이 회장의 임기 이후 불거진 부동산 저가 매각 및 인공위성 헐값 매각 혐의에 대해서도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무궁화3호 위성을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홍콩 ABS사에 매각한 것이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달 중 해당 주파수 할당 취소를 포함한 행정처분도 내릴 계획이다.

KT는 무궁화 위성 매각에 불법은 없었다며 해명하고 있지만, 미래부는 이같은 해명에 대해서조차 불쾌해하고 있다.

국책 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부문의 맏형인 KT가 민영화 이후 외풍에 시달리며 CEO 불명예 퇴진이 반복되고 있다"며 "'망가진' KT를 정상화시키고 외풍을 막아 직원들의 사기를 회복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10.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