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마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KT와 포스코가 민영기업이 맞는지 다시금 의문이 떠오른다.
 
KT와 포스코의 전신은 각각 한국전기통신공사와 포항종합제철이다. 과거 한국통신은 전화국을 먼저 떠올릴 만큼 우리 국민들에게 친숙한 공기업이었다. 가정에서는 한국통신이 보낸 전화요금 통지서를 받아보고 전화료를 납부하곤 했다.
 
지금이야 핸드폰의 쓰임이 많아 공중전화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중전화 부스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귀와 입이 돼 준 게 한국통신이었다.
 
한국통신이 일상과 친숙한 이미지였다면 포항제철은 강인한 민족 기업이란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포항제철은 지난 1968년 한·일협정 타결 대가로 일본에게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 1억1948만 달러로 설립됐다. 정부 지분이 많아 공기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포철은 대형 용광로에서 펄펄 끓는 쇳물로 만든 각종 철강 자재들을 만들어 내며 국가기간산업의 큰 대들보가 됐었다. 특히 포철의 산 증인이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강인한 이미지로 든든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두 기업은 각각 2002년, 2000년에 민영화되면서 주인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뀌었다. 민영화되면서 두 기업에 대한 정부보유 주식은 한 주도 없다.
 
2013년 현재 KT는 재계 11위, 포스코는 6위의 거대기업집단이다.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은 모두 MB 정부 시절 임명된 사람들로 모두 MB의 측근들이다. 그들이 임명될 당시 전 정부의 측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이전 역시 DJ 정부의 측근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민영화됐다고 하지만 KT와 포스코는 여전히 공기업처럼 남아있다. 민영화 이전 공기업처럼 정부에 의해 수장들이 교체돼 왔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CEO 임명권은 엄연히 해당 이사회에 있다.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수장을 결정지어야 하는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장을 선출했다.
 
정부는 여전히 두 기업을 민간기업이 아닌 공기업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그런 시각은 여전히 지속돼 왔다.
 
두 기업은 공적인 기업에서 출발했다. 과거 정부가 소유했다면 이제는 시장이 소유한 상태다. 오너가 확실한 재벌기업과 달리 두 기업은 사실상 주인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매번 회장만 바뀔 뿐이지 옛 주인인 정부가 여전히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통신산업과 제철산업에 끼치는 두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고 그 수익 또한 어마어마하다. 두 기업만 좌지우지해도 정부는 쉽게 통신시장과 제철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니 정권들마다 두 기업에 대한 주인 노릇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는 두 기업은 정권 교체시미다 매번 홍역을 치러왔다. 회장이 잘났건 못났건 간에 회사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데 정권이 바뀌면 그럴 여력이 사라지게 된다.
 
추진된 사업이 전면 교체 되는 등 급작스러운 브레이크가 걸려 기업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해당 직원들은 힘겹고 보는 국민들도 힘겹다.
 
과거 정부들은 KT와 포스코에 자기 사람을 심어 기업과 시장을 흔들어 왔다. 그럴 때마다 기업의 리스크가 발생했고 시장은 요동쳤다.
 
이런 점에서 두 기업은 완전한 민영화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정부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이사회의 힘에 움직이는 완전한 민영기업이 돼야 한다. 정부의 직·간접인 지배에서 벗어나 진정한 시장경제의 힘에 의해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실한 민영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정부가 자꾸 개입하면 두 기업의 민영화는 영원히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창조경제를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약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창조경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책이다. KT와 포스코를 바라보는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진정한 창조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정부의 기업이 아니라 진정한 민간기업, 국민기업이 될 수 있도록 이번 정부의 창조적 결단을 기대해 본다.
by 100명 2013. 11. 11. 0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