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도, 전자우편서 동반퇴진 뜻 밝혀…친이·친박 낙하산 임원만 50여명 남을 명분없어

 

【중소기업신문=이수정 기자】 사의를 표명한 이석채 KT 회장이 나 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자신의 ‘낙하산 사단’도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회장의 퇴진을 전후하여 KT임원진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중심으로 한 인사태풍이 예견된다.

그이 이런 ‘물귀신 작전’ 지난 3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임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문제가 제기됐던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왜 이 회장이 자기가 심은 사람을 포함해 임원수를 대폭 감원하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KT 주변에서는 그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최대한 KT 안에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물론 그가 이미 사의를 표시한 마당에 인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사권을 휘둘러 내편이 아닌 사람을 먼저 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예기다.

   

이 회장이 인력감축을 언급했지만 시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인력구조조정을 거론하고 나선 마당에 전문성이나 업무능력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이석채 사단’이 최 우선순위가 될 것임을 말할 나위없다. KT의 임원은 130여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중 20%를 줄인다면 26명 정도가 퇴진할 것으로 보이고 그 대부분을 낙하산인사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보다도 박근혜정부와 국정철학공유측면에서 같이 갈수 없는 MB정권출신들은 자리보전을 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은혜 전무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 출범 초기 여성부 장관 후보자였다가 낙마했던 이춘호 사외이사는 김윤옥 여사의 오랜 친구로 김 전무와 같은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장치암 상무,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 등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KT에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은 어림잡아  5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이태규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전무와 인수위 인수위원 출신의 허증수 전 사외이사, 인수위에서 전문위원을 지냈던 서종렬 전 미디어본부장 등도 모두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들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선 캠프 홍보단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던 임현규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친박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영입한 인사들이고 보면 구조조정차원에서 이들의 상당수도 물러나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의 홍사덕 전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캠프에서 미디어팀장을 맡았던 김정관씨는 자회사 KT렌탈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도 친박계 낙하산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의 측근 인사도 수두룩하다. 이들 역시 그동안 KT실적부진을 가져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본인스스로가 남아있기를 고사할는지 모른다. 이 회장의 사촌동생인 이석조씨는 KT렌탈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KT스카이라이프 고문을 맡고 있는 석호익씨와 이성해씨는 이 회장이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부하 직원이었던 사람들이다. 정성복 부회장과 남상봉 법무센터장, 박병삼 전무 등 판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아들 황성진씨가 법무팀에 재직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들도 대거 영입했다. 오세현 전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이다. 모두 신구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줄을 대거나 사법처리 가능성을 대비해 방패막이로 쓰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낙하산 임원들은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석채씨는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보험 성격으로 낙하산 인사를 남발했다”면서 “지난 5년 동안 자살만 26명, KT 노동자들이 숱하게 죽어나갔는데 이석채 낙하산 임원들은 고액 연봉 잔치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 취임 이후 직원 숫자는 3000명, 10% 가까이 줄었는데 임원 수는 공개된 임원만 133명으로 150% 이상 늘어났다.

by 100명 2013. 11. 11.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