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김남규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수많은 의혹을 뒤로한 채 전격 사퇴를 발표함에 따라, 차기 CEO 내정자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수많은 사람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단 외부 인물로는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반도체 분야의 천재 과학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가 포함 내부 인물로는 표현명 T&C부문장 등이 적임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로 부터 배임혐의와 위성헐값 매각 등의 의혹을 수사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의 향후 거취와 반복되는 KT 비리의 원인, 그리고 앞으로 이 조직을 이끌어갈 인물과 역할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이석채 KT 회장이 전격 사퇴를 결정하고 나서자 후임자를 둘러싼 하마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인사만 10여명을 훌쩍 뛰어넘고 있는데, 이중 몇몇은 유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그러나 KT가 이르면 내주 초에 이사회를 열고 후임 CEO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늦어도 이달 말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T 이사회는 CEO 선임방식을 외부 공모로 진행할 것인지, 혹은 CEO추천위원회가 바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두고 고민 중에 있다.

만약 외부 공모 없이 이사회를 통해 바로 적임자를 추천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신임 CEO 선정 과정에 미치는 CEO추천위원회의 영향력은 막강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내부 인물이 CEO로 선임 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반면 이석채 회장의 경우처럼 후보자 공모를 진행한 후, CEO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후보자를 선정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차기 CEO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석채 사람이라 불리는 KT 이사진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라있는 만큼 CEO 선정방식 조차 쉽게 경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데 있다. KT를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내부 임직원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사진에 의해 차기 CEO 후보를 결정한다면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외부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다. 반대로 공모를 통한 외부 인물 영입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지금껏 그래왔듯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될 게 자명하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KT 회장은 이미 정해졌고, 취임 시기만 조율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과정은 절차적 행위일 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사회가 무슨 힘을 쓸 수 있냐는 시각에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들 역시 현 권력의 입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방향대로 따라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면서 “이사회가 자의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용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석채 회장과 그 후임에 대해서는 전 국민의 눈과 귀, 여기에 정권초기 막강한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는 정부의 시선이 꽂혀 있다. KT 이사회가 얼마만큼 개방적이며 객관적인 후보 선출 방식을 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어찌됐든 KT는 회장을 선임하는 CEO추천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KT 사외이사는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 교수,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송도균 태평양 고문, 이춘호 EBS 이사장, 이현락 세종대 교수, 차상균 서울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등 7명이다.

차기 CEO 늦어도 이달 말 윤곽 드러날 듯
회장 이미 정해졌고 취임 시기만 조율하나

사내이사는 이석채 KT 회장과 김일영 코퍼레이션센터장, 표현명 T&C부문장 등 총 3명이다. 전체 이사진은 총 10명이지만 이석채 회장과 김일영 센터장은 검찰 조사로 인해 CEO추천위원회에서 배제된 상태다.

KT 관계자는 “11월 중순 차기 CEO 선출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 일정이 잡혀 있다”며 “이사회는 11일이나 12일 중 하루를 선택해 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군 KT·삼성·관료 출신으로 압축

현재까지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압축된다. 우선 가장 빈번하게 이름이 거론되는 부류는 KT 내부 출신들이다. 다음으로는 국내 IT 시장의 영향력을 실감케 하듯 삼성 출신 인물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으며, 과거 공기업이었던 KT 조직의 특성 때문인지 ICT정책 담당 출신 거물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KT 출신 후보군은 전·현직 사장급 인물로 압축된다. 유력한 KT 내부 후보로는 표현명 T&C부문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외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차기 CEO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표 사장은 오랜 기간 KT에 재직한 경력이 있어 누구보다 내부 상황에 밝다. 게다가 특히 표 사장의 CEO 선임될 경우 매번 반복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사전에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표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이석채 회장과 한솥밥을 먹으며 지냈던 내부 인물인 만큼, KT가 당면한 현 부정부패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표 사장은 이석채 회장과 같은 고등학교 동문으로 그동안 이석채 회장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게다가 KT의 내부 고위 임원들 상당수가 이 회장에게 발탁된 인물들이다. 때문에 표 사장이 KT의 차기 CEO에 오르면 부정부패 의혹에 얽혀있는 기존 임원들과의 선긋기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부실을 돕거나 묵인, 방조했던 인물이라는 굴레를 벗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삼성 출신들이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사장 등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던 스타 CEO들이다.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경력의 소유자이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한없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KT와 삼성이 ‘서비스’와 ‘제조’라는 사업영역에서 지속적인 충돌을 빚어 왔기 때문이다.

그간 삼성은 IPTV에 대해 자체 방송미디어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통신망의 효율적 이용을 둘러싸고 KT와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아이폰의 국내 도입을 두고 삼성전자와 KT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왔다.

물론 서비스와 제조가 만나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고무적이다. 그러나 삼성출신 인물들이 맹목적인 충성심을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KT가 삼성의 또 다른 계열사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남는다. 그동안 삼성 계열화에 저항했던 KT 조직의 특성상 내부 반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각 인물별 장단점을 살펴봤을 때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 사장과 이기태 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사장 등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명관 전삼성물산 사장은 과거 한나라당 제주지사 출마경력이 있어 정치권의 낙하산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 사장은 KT·KTF출신이라는 점에서 강점을 지녔지만, 삼성전자로 옮긴 뒤 공정위 조사를 방해, 은폐한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기업인으로서의 도덕성에 이미 흠집이 난 상태다.

관료출신으로는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눈에 띈다. 형 전 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KT 대표로 꾸준히 거론된 인물이다. 관련업계에서도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KT 수장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형 상임위원을 꼽고 있다.

5년 만에 엘리트 관료에서 불명예 사퇴까지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참견 고착화 되나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 어떤 이름이 적혀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KT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가장 뜨거운 이 시점에 현 정부가 구태의 재현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꽃보직 하나를 꿰차려다 자칫 정치적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알고 KT 수장에 정치권 인사를 앉히는데 반대하는 모습이다. 권은희 의원은 7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일단 정치권 인사는 안 된다”는 입장을밝혔다.

권 의원은 “KT 회장의 연봉을 보고 오는 사람도 안 된다”면서 “KT의 어려운 것을 한번 해결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통신이나 이런 것에 대한 이해가 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대제·형태근, 투톱 체제 구축?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의 차기 회장에는 누가 오더라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욕을 덜 먹을 수 있는 이미지를 갖춘 인물을 발탁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최근 급부상하는 인물이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다. 진 대표는 삼성 출신이자 장관을 역임한 관료였고, 동시에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 앞서 언급한 세 후보군이 갖는 장점을 두루 지닌 것이다.

무엇보다 진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유명세다. 진대제 대표는 우리나라 국비유학생 1호로 미국에 건너가 메사추세츠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를 마쳤고 IT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이후 고 이병철 회장의 삼고초려로 삼성에 합류해 현재의 국내 반도체 사업을 있게 한 기반을 닦아 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진 대표가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분야만 강하고 통신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가 긍정적이기 때문에 사소한 단점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시각이 더 크다.

만약 진 대표가 KT 사장에 선임된다면 정부도 부담을 덜 수 있다. 진 대표가 과거 장관을 역임한 정권이 바로 참여정부였던 이유로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관료출신의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을 KT 부회장으로, 진대제 대표를 KT 회장으로 각각 선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차기 CEO 산적한 과제 어쩌나

누가 됐든 KT CEO 선임 과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역대 KT CEO 모두가 불명예스러운 중도 퇴임을 한 만큼 차기 CEO는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게다가 여전히 KT 조직 내에서 존재하는 이석채의 그늘은 차기 CEO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중요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선언해주목을 끈 것.

관련 업계에서는 신임 CEO가 해야 할 말을 나가는 회장이 한다며 수근 거렸지만, 이는 KT 안에서 이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취임 뒤 강력한 카리스마를 과시하면 조직을 뒤흔들었다. 과거 KT와 KTF가 합병하던 시기에도 6000여명 감축했고, 아이폰 도입도 강행했다. 즉 현재 KT 조직 안에 남아있는 상당수가 이석채 회장을 추종했던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에 KT 내부에서도 차기 CEO 후보로 여러 명이 경합을 벌이게 된다면, 결국 이회장의 입김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지금까지 KT 이사들이 한 일이라고는 이석채 회장의 선택에 무조건 복종한 것 뿐”이라며 “회사가 이렇게 망가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바른 말을 못했던 이사들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배임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한 상태로, 회사 측은 12일 열리를 이사회에서 이 회장의 사표수리와 이후의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by 100명 2013. 11. 11. 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