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09-02-17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이석채 KT 회장이 오는 12일 이사회에서 전격 사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기 CEO로 삼성전자 출신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석채 KT 회장은 12일 KT 이사회에서 사표를 제출하고 전격 사퇴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2주 이내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모집 또는 단독 후보 추천으로 후보를 정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후보를 결정한다. 이후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선임 여부가 확정된다.

현재 거론되는 삼성전자 출신 인물은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사장, 애니콜 신화를 일궈낸 이기태 전 사장,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윤종용 전 부회장 등이다.

◇ KT, 무선 사업 실적 향상 위해 삼성의 힘 '절실'

이 회장의 뒤를 이을 새로운 KT 수장에 유독 삼성 출신 스타 CEO들이 거론되는 이유는 KT가 무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시장 리더십을 갖춘 단말 제조사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SK텔레콤은 과거 자회사로 휴대폰 제조사인 SK텔레텍을 가지고 있다가 2005년 팬택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 현재도 팬택과는 SK 단독 출시 제품을 내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LG전자가 있기 때문에 단말기 수급 등에서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KT는 오랜기간 통신사업을 해오면서 이들 제조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경쟁사보다는 다소 관계가 느슨할 수 밖에 없다.

【서울=뉴시스】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11-07-13

특히 KT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지난 5년간 삼성전자와 대립하며 극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 첫 신호탄이 지난 2009년 KT가 애플로부터 아이폰을 들여왔을 때다. 당시 삼성전자는 국내 휴대폰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KT가 가장 먼저 아이폰을 출시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이듬해 스마트폰 '옴니아'를 출시하면서 KT에만 옴니아 브랜드를 뗀 채 공급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자사의 전략폰을 KT에 늦게 공급하고 제조사 보조금도 타 이동통신사에 비해 차등을 두기도 했다.

지난 해 2월에는 '망중립성'논란으로 홍역을 겪었다.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자사의 인터넷 망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다. 삼성전자 역시 이에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다툼까지 고려하는 강수를 벌이면서 양사의 관계는 극단을 치닫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T가 삼성전자 출신의 CEO를 영입을 시도하는 것은 과거의 불편했던 관계를 개선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발판으로 국내 통신 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공기업' 분위기에 젖어 있는 KT에 삼성전자의 '실적주의'와 '위기론' DNA를 심어 진정한 민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분석도 삼성 CEO에 무게감이 실리는 이유다.

【서울=뉴시스】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2008-12-10

◇ '삼성'의 힘보다는 '관료'의 얼굴

이들 삼성 CEO가 실질적으로 KT 수장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 않다.

KT 수장이라는 자리가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자리일뿐더러 '독이 든 성배'인 KT 수장 자리를 맡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5년 후에 또 다시 정권 교체와 더불어 사퇴 압박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또 경영상의 이유로 삼성전자 출신이 필요하다면 임원급 영입으로 충분할뿐더러 정부의 규제 이슈가 강한 통신 시장에 적응하려면 관료 출신이 더욱 적합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의 사퇴와 후임 CEO의 선정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아 이미 청와대 쪽에서 내정된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통신에 능통하면서 KT 분위기를 잘 알고 정부쪽에도 발이 넓은 인물이 KT 수장에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y 100명 2013. 11. 11.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