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영화된 과거 공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정권의 낙하산 사장들이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들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것도 문제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처럼 새로운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낙하산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새노조는 11일 성명을 내고 “국민기업답게 사회 각계각층의 존경 받는 인사들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투명한 공모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내부를 화합시키고 심각한 노동인권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춘 CEO(최고경영자)를 선출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줄대기 혹은 유명세가 아니라 KT와 통신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CEO가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도 11일 성명을 내고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소유분산이 이루어진 금융지주회사 등의 회사는 필히 이사회를 중심으로 CEO 후보군을 발굴, 육성, 홍보하는 등의 장기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미국의 경우 CEO의 임면·성과평가·승계와 관련된 정책과 절차·기준·권한 및 책임·보고체계 등을 담은 종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여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개별 기업의 CEO 승계 프로그램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권 차원의 결단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지난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겠다는 명분하에 구태가 재연된다면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성과를 악화시키는 것을 물론이고, 낙하산으로 내려간 인사의 비참한 말로를 초래할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해당 정권을 실패한 정부로 평가받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연대도 성명을 내고 “현 이사회에서 CEO 추천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총체적으로 드러난 KT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적임자를 선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KT가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CEO 리스크 기업이라는 고리를 끊어내고 황제 경영의 독소를 거둬내서 기업의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CEO 자격 요건과 선임 절차의 투명성이 사회적 합의로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정권의 전리품으로 애용되는 구조를 끊고 기간통신 사업자로서의 공적 책무를 위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만들어내는 한편 국민을 감시하는 인권유린에 빠른 LTE가 쓰이지 않게 하는 것 등은 이 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남은 무거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죽음의 기업 KT를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과 국회, 시민사회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11일 오전 KT 서초동 사옥과 계열사, 관계사, 임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재무·회계 자료 등을 추가 확보했다. 검찰의 KT 압수수색은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이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심아무개 상무와 사내 복지와 임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신아무개 상무 등을 최근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임원들 연봉 가운데 일부를 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 인사들에게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이석채 회장의 혐의는 세 가지다. 첫째, 부동산 헐값 매각, 이 회장은 KT 사옥 39개를 감정가보다 낮은 헐값에 내다 팔아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둘째, OIC랭귀지비주얼과 사이버MBA 등의 주식을 시세보다 비싼 값에 사들여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8촌이 운영했거나 지분을 출자했던 회사들이다. 셋째, 스마트애드몰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강행해 수십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by 100명 2013. 11. 12. 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