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호,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12일 KT 이사회가 이석채 회장 사표를 수리함에 따라 KT는 당분간 선장 없는 항해가 불가피해졌다. KT에서 이석채 전 회장을 바라보는 눈길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분명 성과는 있다. 아이폰의 전격적 도입으로 그는 국내 스마트폰 경쟁력을 단번에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무선데이터 요금을 획기적으로 인하해 애플리케이션(앱) 중심 생태계가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비통신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BC카드, 스카이라이프, 금호렌터카 등을 인수하며 통신과 금융ㆍ미디어 시너지 효과를 추진했다. 실제로 이들 비통신 부문 자회사들 선방으로 KT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는 등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주력인 통신부문 실적이다. 여기서부터는 실로 참담하다. 올 3분기 KT 통신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했다. 통신회사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매출액(ARPU)` 역시 3만1332원으로 전 분기보다 0.9% 감소했다. SK텔레콤(3만4909원), LG유플러스(3만4495원)보다 적다. 뒤늦은 롱텀에볼루션(LTE) 진출은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된다.

이 전 회장 사표 제출로 후임 KT 회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사회는 이르면 2주 내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단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연간 매출액 28조원(그룹 전체), 53개 계열사를 거느린 KT그룹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KT 운명이 결정된다. 연간 구매 비용만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 공룡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미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 십수 명이 줄을 섰다. 그중에서 진대제 전 장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최두환 전 사장(성장사다리펀드 투자자문위원장), 방석호 전 KISDI 원장,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 등이 비중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대표 통신사업자 KT는 기로에 섰다. 경쟁력 있는 통신회사가 되려면 경쟁사보다 연간 1조5000억원이 더 드는 과도한 인건비 등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공익적 통신서비스를 지향하는 국민기업형 모델이라면 지난 5년간 내홍과 갈등을 치유할, 포용력 있으면서 IT산업에 밝은 CEO가 와야 한다. 현 경제상황과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국내 통신시장을 감안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다.

단,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을 수는 있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후임 회장이 된다면 경쟁력도, 국민기업도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 시장이 포화에 이르러 글로벌 진출을 이끌 수 있는가도 CEO 낙점에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by 100명 2013. 11. 13. 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