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이석채 회장의 사퇴로 수장을 잃은 KT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직무대행을 맡은 표현명 사장(T&C부문장)을 중심으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지만 연일 강도를 더해가는 검찰의 수사와 함께 ‘이석채 라인’ 인사들의 연쇄교체가 불가피해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다음주 초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등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차기 CEO 선임이 이뤄지더라도 회사 운영에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점이 부담이다. 참여연대의 고발에 따른 이 회장의 배임 혐의 수사가 연일 범위를 넓혀가 KT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세 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KT 경영진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통장에서 거액을 관리했으며, 현재 이 자금의 일부가 지난 정부의 고위급 관계자와 현직 국회의원에까지 흘러간 것을 포착하고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외압을 행사한 정황과 전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서초동 사옥 임대건과 각종 해외사업에 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정감사에 논란이 됐던 무궁화 위성 2·3호의 해외매각과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회장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도 걸림돌이다.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 대외무역법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검찰에 공식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의 제재로 주파수가 회수되면 차기 위성 사업까지 무산될 수 있다.

또 이 회장 재임 중 영입됐던 인사들 역시 큰 폭의 물갈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사의 표명 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많은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문제가 됐던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연내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표현명 사장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 이같은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현재 130명 이상인 KT의 임원 중 30명 이상이 자리를 비우는 ‘인사태풍’이 불게 된다. ‘낙하산 인사’로 비판받았던 이 회장의 측근들 중 다수가 KT를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CEO가 취임한 이후에도 대대적인 임원 인사가 단행된다면 조직 안정화 역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KT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와 전년동기대비 모두 감소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전체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3분기 11만4000명이 줄었고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IPTV에 대한 시청률 합산규제 내용을 담은 유료방송법 개정안, 내년부터 이동통신시장에 상당한 파괴력을 부를 것으로 보이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할 리더십이 부재한 점은 기민한 대처를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KT 이사회는 “국민이 대주주이고 6만여 임직원들이 종사하고 있는 KT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라 안정적인 고객서비스 제공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 줄 것”을 촉구해 이같은 위기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by 100명 2013. 11. 13.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