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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석채 회장의 사표가 12일 이사회에서 공식 수리됐다. 후임 CEO가 선임될 때까지 표현명 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이 회장을 배임행위로 고발한 시민단체는 이번엔 "낙하산 CEO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후보로 상정될 경우 주주총회에서 적정성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KT는 통신 외에도 방송, 콘텐츠, 카드, 렌터카 등 무궁무진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여기에 이른바 '스마트경제학'으로 대변되는 복잡한 ICT(정보통신기술) 환경에 처해있다. 이런 조건의 KT 차기 CEO가 갖춰야 할 전문성을 '오리지널 통신 범주'로 국한한다면 이도 우매한 일일 텐데 말이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인물'인지 여부는 또 무엇으로 검증한단 말인가. 내부인이라면 드러난 낙하산 오명을 피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정권으로부터 진짜 자유로울까. "정치권의 인사청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실제 그런 청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러니 KT 안팎에서는 "누가 CEO가 된다한들"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와도 정권을 등에 업지 않았다고 당당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누가 CEO가 된다한들 꺾일대로 꺾인 직원들의 사기와 사분오열된 조직을 추스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절차상 차기 CEO 선임의 권한은 CEO추천위원회에 있다. 지금으로선 CEO추천위원회를 믿을 수밖에 없다. 세간의 시선이 온통 KT에 집중된 상황에서 CEO추천위원회가 얼토당토 않은 인물을 차기 CEO로 낙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담하다. 그럼에도 누가 되든 '현 정부의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해야 하는 게 새 CEO의 운명이다.

KT 차기 CEO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KT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KT는 민영화된 기업이다. 하지만 이 말이 KT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과 규제로부터의 독립은 다른 의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CEO의 거취가 거론되는 것은 정치의 문제다. 이에 대해 KT 안팎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간으로 엄격히 규제받는 허가사업을 영위하는 KT는 규제로부터 독립될 수 없다. 처음부터 민영화로 시작한 LG유플러스나 공기업을 인수해 민영통신사로 변신한 SK텔레콤조차 사업법에 근거해 규제를 받는다.

하물며 경쟁사로부터 적자를 보전받더라도 '보편적 통신서비스'를 책임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KT에 대한 규제는 민영화 여부와 관계없다. 오히려 경쟁상황이 복잡해지면서 KT는 새로운 규제의 기준이 될 가능성도 각오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명분상 이 전회장의 발목을 잡은 '위성매각'건은 KT가 '민영화'의 의미를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사업을 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실책이다. 규제사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민영기업' 논리만으로 사업을 추진한 이번 사례는 CEO만이 아닌 경영진 전체가 고개를 숙일 사안이다.

KT의 차기 CEO에겐 통섭과 통찰력도 필요하다. 사라지지 않는 투서문화, 임직원을 고발하기 바쁜 조직문화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직원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시급하다. 더욱이 KT 구성원은 이미 혁신의 '대상화'로 전락해 피로감을 호소한 지 한참이다.

정치권이 KT를 흔들 수 있는 명분은 사실상 KT 내부의 균열에서 비롯했다. CEO의 경영철학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인내심과 포용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한 때다.

by 100명 2013. 11. 13. 0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