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석채 회장 재임 시절 경영 파트너였던 KT(030200)노동조합이 13일 ‘이석채 KT CEO 사퇴에 따른 KT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차기 회장에 필요한 덕목에 대해 밝혔다.

특히 노조는 “노조활동에 배타적이거나 호시탐탐 경영권만 노리는 재벌 관계자는 배제돼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차기 회장으로 거명되는 가운데, 보기에 따라서는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KT노조는 먼저 “정권 교체 시마다 회사의 조직 구조가 흔들리고, 심각한 경영 위기가 발생하는 현실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히면서 “경영실적 악화를 만회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CEO 공백이라는 악재가 더해져 KT의 경영 리스크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KT노조는 “KT의 주인으로서 금일 이후 결연한 각오로 KT CEO의 선임과정을 우리 손으로 직접 챙겨나갈 것”이라면서 “CEO 선임에 대한 외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단호히 거부하고, 당면한 경영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 견인을위해 아래 조건을 갖춘 CEO가 선임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KT노조는 또 “회사의 혼란기를 틈타 KT노동조합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외부세력과 결탁해 노동조합을 음해하려는 세력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노조가 밝힌 차기 회장의 선임 기준은 다음과 같다.

노조는 K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IT전문가가 선임돼야 하며, KT 사정에 전혀 문외한인 낙하산 인사나 KT에 대한 애정 없이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인사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2만 5000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이해하고 경영의 동반자로 인정해야 하며, 노조활동에 배타적이거나 호시탐탐 경영권 만을 노리는 재벌 관계자 또한 배제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래 KT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잠시 KT에 머물렀다 가는 게 아니라, KT의 지속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할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KT노조는 동조합 내에 ‘CEO 선임 감시위원회’를 설치해 감시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이석채 전 회장은 어제(12일) 이사회에 사표를 내면서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 이 자리에 계신 이사님들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주신 임직원 여러분, 노조위원장님과 노동조합 여러분, 그리고 KT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고객과 주주 여러분께 정말 고마웠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13.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