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신화’라는 말이 있다. 일반 회사원에서 시작해 그 기업의 오너가 된 경우를 일컫는다.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햄버거 가게 점원으로 시작해 맥도날드 회장이 된 프레드 터너처럼 자신만의 신화를 쓰고 싶다는 꿈을 한번쯤은 꿔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샐러리맨은커녕 정년까지 밥줄이나마 잘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특히 KT 내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2002년 민영화를 거쳐 민간기업이 됐음에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KT의 모태와도 관련이 높다.

KT는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돼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범했다. 군사정권이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초대 사장은 육사출신의 이우재 민정당 의원이 맡았으며 이후에는 체신부와 정보통신부 출신들도 사장 자리에 앉았다. 당시 내부 인사가 대표 자리를 맡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2001년 현재 LG유플러스 부회장인 이상철 사장이 내부인사로서 최초로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 사장은 2002년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KT 지분을 완전히 매각한 뒤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령받고 KT를 떠났다.

이후 사장 자리는 이용경 전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넘어갔다. 이용경 사장은 AT&T 벨연구소 출신으로 한국통신에서 선로, 통신시스템, 무선통신, 프리텔 등을 담당해왔던 인물이었다.

이용경 사장의 후임은 남중수 사장이 맡았다. 남 사장은 1981년 최광수 체신부 장관 비서관으로 재직하다가 1982년 한국통신 경영계획과장으로 입사했다. 남 사장은 2008년 2월 민영 3기 사장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2008년 10월 매달 100~200만원의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면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바로 지난 12일 사퇴한 이석채 전 KT 회장이다.

이 회장은 당초 SK C&C 사외 이사로 경쟁사 임원은 2년 이내에 KT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정관 조항에 걸렸지만 정관을 바꾼 뒤 선출됐다.

문제는 정통부 장관으로 떠난 이상철 부회장을 제외한 KT의 민영화 이후 대표들이 모두 정치적 외압설 제기 이후 사퇴 수순을 밟았다는 점이다.

이 중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회장은 모두 검찰 수사로 임기를 남긴 채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내려왔다. 이 때문에 KT가 민영화 기업임에 불구하고 CEO 자리는 정권교체에 따라 바뀐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내부에서 아무리 잘해봐야 정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표 자리는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것이 KT 내부의 목소리다.

또 위에서 CEO가 새로 내려오면서 원래 직원들이 후에 영입한 인사들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남 사장 시절 기획부문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서정수 부사장은 남 사장 사표수리 이후 직무대행으로 이 회장을 도왔지만 KTH 대표이사로 밀려났으며 권행민 재무실장도 이 회장 취임 후 KT파워텔 대표이사로 있다 퇴직했다.

핵심 보직은 이 회장이 영입한 영국 통신회사 BT 출신의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과 김홍진 G&E부문장이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차기 CEO에 따라 KT에 남아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T 관계자는 “정권마다 CEO가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고 내부 조직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면 KT는 언제까지고 민영화 이전 공사 시절을 답습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KT를 제대로 알고 위하는 대표가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14. 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