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년마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이사, 감사 1398개 자리 중 106개 자리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명권이 없음에 불구하고 정권교체마다 대표가 바뀌는 기업이 있다. 바로 KT다.

총자산 24조에 임직원수가 3만명을 육박하는 거대기업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실질적 지배주주가 없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8.65%로 최대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외국인(43.9%) 등 국내외 투자기관들로 주주들이 혼재돼 있다.

한마디로 삼성, 현대 같은 거대 기업임에 불구하고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KT의 인사권에는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하지만 공신들에게 나눠주기에 KT만한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KT의 대표도 바뀌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고 있다. 실제 이석채 KT 회장의 사임은 5년 전과 놀라울 정도로 판박이다. 시기도 그렇지만 정권교체 후 제기된 사퇴설과 검찰 조사, 사퇴 표명까지 일련의 과정이 거의 데자뷰 수준이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전임 남중수 사장의 검찰조사로 인한 사퇴로 이듬해 1월 KT CEO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남 사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문제는 정권교체와 함께 찾아온 CEO들이 회사에 상처만을 남기고 떠났다는 점이다.

남 사장은 2008년 9월 인사 청탁으로 매달 100~200만원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 회장은 각종 배임 혐의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가학적 노무관리로 길거리에 내몰린 직원들과 이로 인한 자살률 증가, 낙하산 인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불법 인력 퇴출 프로그램인 CP프로그램으로 올해 들어 KT 현직 직원 18명이 숨졌으며 자살자만 8명에 달한다.

여기에 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 노동자 수를 합하면 사망자 28명에 자살자는 10명이다. 취임 이후만 계산하면 사망자는 200명, 자살자는 24명으로 현재도 KT 관련 노동자 2명이 우울증 등을 이유로 산재신청을 한 상태다.

그럼에 불구하고 낙하산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민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의 낙하산은 36명으로 대부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며 KT직원이 평균 6200만원의 연봉을 받는데 비해 11억5500만원의 거액을 받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굴러온 소수의 돌에 박힌 돌이 무더기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덕분에 자기 회사라며 꿈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잃었다.

오너 없는 회사의 비애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권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되다보니 회사의 중장기적인 전략이나 사업의 연속성도 보장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자회사에 업무를 갑자기 뺏겨 전혀 관련 없는 부서로 이동하고 나중엔 정리되는 문제도 벌어졌다.

그러나 KT의 이런 비애는 이번 이 회장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업계에는 KT 내부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현 정부에 가까운 사람들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KT새노조 관계자는 “5년 전, 애초에 자격이 없던 이석채 회장이 정관을 고쳐가면서 회장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줄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정치적 줄이 낙하산 인사로 전환되는 순간 KT는 망가지기 시작했다”며 “정치적 줄대기 혹은 유명세가 아니라 KT와 통신업의 특성을 잘 이해라는 CEO가 선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면 이는 KT를 위해서나 우리 사회를 위해서나 커다란 비극일 것”이라며 “현 이사회가 투명한 추천과 공모 절차를 통해 CEO를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y 100명 2013. 11. 14.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