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시절 KT계열사 2배 급증
타당성 검토 없이 청탁 받은 듯… 관련 인사 명단 확보

 

이석채 KT 전 회장의 배임혐의를 수사중인 검찰이 이 전 회장 재임시절 이뤄진 KT의 해외투자 사업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30개였던 KT의 계열사가 현재 53개로 늘어났을 만큼 이 전 회장 시절 인수합병(M&A)과 분사가 많았고, 지분투자까지 합치면 정확한 수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여서,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투자와 자금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3일 사정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2009년 이뤄진 KT의 중국기업 A사에 대한 투자를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국내 벤처기업 B사가 중국에 설립한 해외법인으로 각종 휴대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진출을 모색하던 KT는 당시 A사의 일정지분을 확보하는 계약을 B사와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 투자는 2년이 지난 2011년에 이뤄졌고, 이 때 KT는 140억원을 들여 A사 지분 25%를 확보했다. 하지만 B사는 경영실적이 계속 악화돼 투자 당시에는 적자상태였으며, A사 역시 경영악화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KT 내부에서도 이 투자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제대로 사업성 평가도 하지 않은 채 투자가 강행됐다"고 전했다. 또 투자과정에서 KT 최고위층의 지인이 B사를 소개해줘, 사실상 수익분석 보다 인맥에 의한 투자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또 KT가 적자기업에다 미수금까지 있었던 C업체에 대해 20억 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업체는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처럼 이 전 회장 재임시절 이뤄진 투자 가운데 적지 않은 건수가 사업타당성 보다 청탁 등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KT의 투자과정에 간여한 정ㆍ관계 및 경제계 유력인사들의 명단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이 2009년 취임 후 KT의 사업구조를 종래의 통신회사에서 디지털 콘텐츠 생산ㆍ유통기업으로 바꿔가기 위해 인수합병(M&A)과 분사 등을 통해 계열사를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이 늘리는 것에 대해 KT안팎에선 오래 전부터 우려가 제기됐다.

이 전 회장 시절 KT는 부동산관리업체인 KT에스테이트와 KT AMC를 비롯해 금호렌터카, 비씨카드, 스카이라이프, KT샛 등 금융 방송 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회사를 늘렸다. KT관계자는 "계열사 수만해도 2배 가까이 늘었고 손자회사나 증손회사, 지분투자회사까지 합치면 정확히 몇 개인지 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KT의 문어발식 투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으며, 현재도 튀니지텔레콤 지분인수를 검토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선뜻 이해하기 힘든 투자 건이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여하에 따라 배임 적용 대상이 늘어나는 등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by 100명 2013. 11. 14.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