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이상 임원들 사표를 다 받아라.”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09년 취임 후 던진 첫마디였다. 이 전 회장은 국민이 대주주인 기업에 부임해 ‘오너’를 꿈꾼 것 같다. 취임 후 그의 행태는 ‘재벌 회장님’과 비슷했다.

 

주변을 측근으로 채우고, 부동산을 굴려 계열사를 사들이는 등 몸집 불리기에 집착했다. 이동통신사 KTF를 편입해 회사를 그룹으로 개편한 뒤 스스로 회장직에 올랐다.

사택도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옮겼다. 재벌 회장 흉내를 너무 낸 탓인지, 여러 회장님들처럼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요즘 회장님들은 감옥에도 간다는 것을 이 전회장은 몰랐던 것 같다.

KT 이사회가 차기 회장 인선에 착수했다. 정답이 헷갈릴 땐 ‘오답’부터 지우는 게 순리다. 이 회장과 다른 인물을 택하면 된다는 얘기다. 오너가 아닌 회장이 저질러선 안될 일이 ‘자기 마음대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다.

본인이야 3~4년 월급 많이 받다가 나가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임직원과 주주들은 무슨 죄인가. KT 새 수장은 ‘군림’하기보단 주변을 살피고 존중하며 ‘헌신’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안 그래도 KT는 많이 아프다. 공기업 시절의 체질 개선이 끝나지 않은 데다 유·무선 통합 과정의 후유증도 앓고 있다.

KT는 통신기업이다. 앞으로도 통신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만큼 차기 수장은 업계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전직 장관처럼 경력만 화려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망가진 곳이 통신부문이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통신산업의 가능성은 더욱 크게 열렸다. 변화 흐름을 잘 읽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최고경영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KT 직원들도 목소리를 더 크게 낼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뀌면 회장도 바뀐다’는 식은 곤란하다.

정권과 가까운 유력 인사가 부임해 ‘특혜’를 받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 부작용을 지금 심하게 앓고 있지 않은가.

by 100명 2013. 11. 15. 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