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영진위 출범…침체 영화산업 수익성 강화 급선무
중도성향 강 위원장 진보·보수 아우를 듯
발전기금·예산 투명운용 신뢰성 높아

  • 지난달 28일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가 신임 영화진흥위원장에 선임되면서 드디어 4기 영진위가 닻을 올렸다. 그동안 영진위원장 인선 문제는 영화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빈사 직전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로 누가 적합한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됐다. 신임 강 위원장은 향후 3년간 영화계 현안을 해결하고 영화인들의 화합을 이끌 중책을 떠맡게 됐다.

    ◆현안 산적=무엇보다 영화산업의 수익성 향상이 급선무다. 영진위가 올 초 발표한 ‘2007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112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13편뿐이었다. 편당 수익률은 -43%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가 극심한 침체를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인한 2차 판권 시장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현재 80% 이상의 한국 영화는 극장 상영 이외의 추가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태다. 극장 매출에 의존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 증가와 과열 경쟁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영화계는 DVD 등 부가시장 회생과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진위는 지난 4월 발표한 2008년 핵심사업 세부계획안에서 부가시장 개선 등을 통한 수익구조 합리화를 주요 사업으로 책정했다.

    영진위 영상산업정책연구소 김보연 팀장은 “극장 매출과 부가시장, 해외수출이 8대1대1인 지금의 상태를 6대2대2 정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도 취임 첫날 “붕괴된 2차 시장을 복원하고 해외 수출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제작 시스템 합리화와 투자 유치 확대, 극장의 독과점 폐해 및 불공정 거래 개선 등도 중요한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방통 융합에 맞서 영화가 콘텐츠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적극적으로 흐름을 주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순항할까=그동안 불거진 영화계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10년 만의 정권교체와 위원장 인선이 맞물리면서 영진위는 세대·이념 간 대결의 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1월 감독협회가 영진위를 ‘좌파문화권력’으로 지목, 해체를 주장해 내부 갈등이 본격화됐다. 5000억원에 달하는 영화발전기금 운용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다행히 이번 인선에 대해 진보와 보수 모두 무난하다는 반응이다. 중도 성향의 강 위원장이 양측의 목소리를 아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제작사 대표는 “절묘한 캐스팅”이라고 평했다.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신임 위원장이)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잘하도록 옆에서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학계 인사임에도 현장 상황에 밝고 산업적 마인드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는 “일자리가 많아져 바빠지면 싸울 일도 없다”며 “인위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영화 제작 활성화에 더 힘쓰면 된다”고 주문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면에서 모든 영화인들이 같다고 생각한다”며 “정책과 예산 집행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한다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by 100명 2008. 6. 4.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