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왼쪽)과 이석채 KT회장
 
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 이석채 KT회장의 퇴진에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재계 순위 10위권 기업을 이끌던 전문경영인 두 명이 물러나게 됐다.
 
포스코와 KT가 과거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던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라는 점에서 끊이지 않고 나온 정부의 압력설로 기업 수장이 사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기업의 수장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15일 정 회장은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게 회장직에 대한 사의를 밝히고,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를 선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외부 압력은 없었다”며 정부압력에 따른 사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들어 끝없이 나오던 퇴진 압력설을 부인한 발언이었지만 재계는 이석채 KT회장에 이어 정 회장도 정부의 압력에 따른 퇴진에 무게를 싣고 있다. 
 
KT 이 회장도 계속되던 사퇴설과 관련 “자진사퇴는 없다”고 못 박아 왔지만 지난 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재계는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사퇴에 대해 이미 예견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왔을 뿐이다.  
 
하지만 재계의 두 거물이 사퇴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부의 압력이 주된 원인이 됐다는 것이 공통적인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 MB정권 사람으로 인식된 두 회장을 소위 ‘찍어내기’할 것이라는 것은 재계에서 누구나 예측하고 있었던 일”이라며 "비록 포스코가 민영화 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기업 수장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투자자 유치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 회장은 MB정권 시절인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년 임기를 마치고 포스코 회장에 재선임됐었다. 특히 2009년 회장 선임 과정에 정권 실세였던 '왕차관' 박영준 전 차관의 개입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 9월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해 대대적으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정 회장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정부의 행보였다는 전언이다.  
 
국세청은 당시 포스코의 경북 포항 본사와 전남 광양 제철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조사인력을 투입해 회계장부 등 세무자료를 확보했었다.  
 
국세청은 포스코의 정기 세무조사를 지난 2010년 실시했었기 때문에 당시 세무조사는 통상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을 겨냥한 정부의 압력으로 판단됐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때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수행하고도 만찬장에 초대받지 못하는가 하면, 8월 박 대통령이 10대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할 때도 초청받지 못했다는 점도 외압설의 이유로 이해돼 왔다.
 
이런 정 회장에 대한 사퇴 외압설은 이미 사퇴한 KT 이 회장의 상황과 유사하다. 이 회장은 KT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13일 만에 임기 5개월 여를 남기고사퇴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배임 혐의로 KT 본사와 이 회장 자택 등 16곳에 대한 수색을 벌이며 이 회장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 회장 역시 정 회장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MB정부 인물로 꼽히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사퇴압력설에 휘말려 왔었다.  
 
검찰의 KT에 대한 수사는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참여연대 측은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무궁화 위성 불법 매각의혹이 불거지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관련 조사를 실시하는 등 이 회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뤄진것이 이 회장 퇴진의 주요 원인이 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by 100명 2013. 11. 16. 0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