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포스코 회장 사의

후임 내부출신 인사 가능성 커

포스코 회장이 정권교체 후에도 임기를 보전한 적은 없었다. 과거 공기업 시절이나 2000년 민영화된 이후나 마찬가지였다.

김대중정부 시절 임명된 유상부 전 회장은 민영화를 이끌었지만 뇌물 스캔들로 중도 하차했다. 노무현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퇴진했다. 후임 정준양 회장도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 만에 결국 퇴진의사를 공식화하게 됐다.

거의 법칙처럼 되어 버린 '정권교체 후 CEO교체'전례에 비춰볼 때 정 회장의 퇴진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정부가 지분 하나 없는 민간기업 CEO를 왜 흔드나"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정부 쪽에선 "정 회장도 어차피 지난 정권실세들을 등에 업고 회장이 된 것 아니냐"는 논리로 반박했다.

정 회장을 현 정부가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신호는 여러 차례 감지됐다. 지난 6월 박근혜대통령의 중국방문 때 정 회장은 수행기업인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만찬장에는 끝내 초대받지 못했다. 8월엔 10대 그룹 대표 청와대 초청명단에도 누락됐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정 회장을 배제시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9월이 되자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됐고, 정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이어 '패키지'로 취급되던 이석채 KT회장이 검찰수사개시와 함께 물러나자, 정 회장 역시 퇴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정 회장 쪽에선 쫓겨나듯 물러나기 보다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모양새'를 갖춰 나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좀 더 확실한 의사표명을 요구했고, 결국 정 회장은 15일 이사회 통보 형식으로 퇴진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와 KT에 이어 포스코까지 과거 정권 때 임명된 CEO들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완전 민영화 기업이지만 여전히 '사실상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3개 거대기업의 수뇌부 정리 작업은 모두 마무리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외압과 낙하산 관행에 대해 아무리 비판여론이 비등해져도 정부는 결국 교체하려고 맘먹은 자리는 교체하고 만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정 회장의 후임에 쏠리고 있다. 사실 포스코 CEO는 김만재 전 회장(4대)을 빼곤 줄곧 내부출신이 맡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내부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현재 사장급 이사회 멤버로는 김준식ㆍ박기홍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은 1981년 입사한 공채출신으로 광양제철소장 등 주요 현장 요직을 다 거쳤다. 박 사장은 산업연구원 부원장 출신으로 포스코 합류 후 주로 전략ㆍ재무파트를 맡았다. 은퇴했거나 계열사에 나가 있는 몇몇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며, '뛰는 인사들이 수십명은 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외부인사로는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내부 출신들은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 외부출신들은 "전문성 결여에다 누가 봐도 낙하산"란 비판이 나온다.

by 100명 2013. 11. 16.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