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한다”던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같은 가격에 같은 VOD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PP의 등쌀에 못 이겨 서비스와 가격을 결정했다고 해명한다. 사업자 간 ‘담합’ 또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케이블과 IPTV가 대체재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티브로드, CJ헬로비전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함께 설립한 디지털케이블TV VOD 기업인 홈초이스는 지난 11일 국내 최다 15만 편의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11월 안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는 ‘지상파 종료 후 즉시 보기’ 등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가격이 1만3천원(부가세 포함 1만4300원)으로 IPTV와 같다. 한국케이블방송TV협회, 홈초이스에 따르면 디지털케이블의 VOD서비스는 건당 1000원. 방송 종료 직후부터 이용할 수 있는 ‘지상파 3사 다시보기’ 상품은 월 1만3천원이다. 지상파 프로그램이 무료로 전환되는 기간은 3주다. 이 가격과 홀드백 기간은 IPTV와 똑같다.

이를 두고 홈초이스 측은 ‘종료 후 즉시 보기’는 IPTV 사업자가 못 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KT 등 IPTV사업자들도 다시보기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중이고, 조만간 ‘즉시 보기’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먼저 한 케이블이 IPTV보다 먼저 즉시 보기 서비스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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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가입자의 시각에서 볼 때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이 같은 ‘동일서비스’는 케이블과 IPTV가 서로 대체할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만 보여주는 꼴이다. 겉으로는 경쟁을 내세우고 정부에 수평규제를 요구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가격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금과 서비스 경쟁이 아닌 집토끼 지키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홈초이스 관계자는 “요금과 홀드백 기간이 같은 이유는 지상파의 요구가 IPTV와 같기 때문”이라며 지상파에 책임을 돌렸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이든 IPTV든 경쟁한다고 하는데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든 플랫폼이 공감하고 있는 거지만 지상파의 기득권과 요구가 많다”며 “지상파의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팀장은 “사업자들의 입장은 다른 사업자의 입장 때문에 경쟁을 못 한다는 건데 이는 (케이블-IPTV) 사업자 간 ‘담합’ 또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웹하드, 토렌트 서비스를 이용해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IPTV든 케이블의 VOD서비스는 필요 없다. 그런데 떠나는 고객을 잡아야할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요금, 서비스 경쟁 대신 특정 웹하드 사이트 접속 차단에 나서고 있다. KT의 경우 이용자가 특정 웹하드에 접속하는 경우, 이용자의 화면에는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삭제하라는 공지를 게시된다.

by 100명 2013. 11. 18.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