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KT 등 정권 바뀌면 CEO 교체
경영전략 일관성 없어,금융지주도 회장 물갈이
'취임→정권교체→사임설→비리 수사→결국 사임.'

정부 소유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운명이다.

이들 기업 최고경영자의 사임시기는 임기 또는 경영성과와는 큰 연관이 없다. 정권 교체기에 스스로 퇴진하지 않으면 외부 힘에 의해 떠밀려 낙마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KT와 포스코는 최근 새 최고경영자(CEO) 선택을 위해 고심 중이다. KT는 이석채 전 회장이 지난 12일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면서 회장 직무대행체제로 들어갔고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물색 중이다.

양 기업이 나란히 2009년 취임했던 최고경영자 후임을 놓고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사실 KT 이 전 회장과 포스코 정 회장의 사임은 예견됐던 일이다. 한두 달 전부터 사임설이 흘러나왔고 검찰(KT) 수사 또는 국세청 세무조사(포스코)를 받으면서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것. 특히 이들 기업들은 전임 최고경영자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은 바 있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시기상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 회장의 전임인 남중수 전 KT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8년 KT와 KTF 납품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후 자리에서 물러났고 2009년 2월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퇴진설 끝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현재 KT 주요 주주는 외국인 투자가(43.9%), 국민연금공단(8.65%), NTT도코모(5.46%), 실체스터(5.01%) 등이고, 포스코 주요주주는 소액주주(60.52%), 뉴욕 멜론은행(15.02%), 국민연금공단(6.14%), 우리사주조합(1.83%) 등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 최고경영자의 임기는 정권교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민영화된 후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도 정권변화에 따라 최고경영진이 바뀌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강만수 산업은행지주회장이 지난 4월 새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MB정부 시절 임명된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문제는 정권교체에 따라 최고수장이 바뀌면서 경영전략의 일관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부행장급 80∼90%가 교체되는 등 대거 인사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우엔 정부지분이 한 주도 없고 외국인과 개인이 주주이지만 정권 교체기 때마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결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내부 동요는 물론 미래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CEO로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는 할 수 없다"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차기 정권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돼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13. 11. 18.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