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은 정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면서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KT와 포스코 회장 등에 대한 사퇴압력설이 제기됐고 급기야 지난 9월 포스코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포스코가 2005년과 2010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 정부의 사퇴압박에도 꿋꿋이 버티던 이석채 KT 회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확대되자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것도 정 회장의 사퇴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물러나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간회사의 CEO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포스코는 소액주주 지분이 60.52%에 달하고 뉴욕 멜론은행이 15.02%, 국민연금공단 6.14%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대중정부 출범 후 김만제 전 회장과 노무현정부 때 유상부 전 회장, 이명박정부 때 이구택 전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오너가 없는 회사라고 정부가 주인 행사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행위든 실적악화든 문제가 있다면 이사회에서 처리하도록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추면 될 일이다. 포스코 후임 CEO로 내부 인사들과 함께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14∼16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진념 전 부총리 등이 거론된다는데 안 될 말이다. 세계 유수 기업들과 경쟁하기도 벅찬데 대선 공신들 챙겨준다고 철강산업에 전문성 없는 이들을 내려보냈다가 뒷감당을 어찌 하려 하는가. 낙하산 인사들이 휩쓸고 간 공기업들이 얼마나 멍들었는지 국민들은 보고 있다.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한 정부는 그 의지를 보이기 위해 낙하산 파티도 끝났다고 선언해야 한다.

 

by 100명 2013. 11. 18.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