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회장의 검찰수사를 계기로 KT가 진행했던 지난 5년 동안의 석연찮은 투자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투자기능이 코퍼레이트센터에 집중되고, 최고위층 임원이 전횡할 수 있는 구조를 투명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사퇴와 검찰 수사를 계기로, 그동안 논란이 된 KT의 석연찮은 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이 회장을 비롯한 측근인사들의 묻지마식 투자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KT는 지난 10월 자회사를 통해 모바일광고관련 벤처기업체인 A사에 5억원 가량의 미수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검찰은 이 회장 수사 과정에서 야당 중진 의원이 A사에 투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KT에 세차례 압수수색을 했다.▶본지11월11일자1면

특히 KT가 A사에 투자한 시점은 10월 초로, 당시 국회에서는 KT에게 치명적이라고 평가받는 IPTV와 위성방송사업에 대한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법안이 논의되던 시점이어서 더 큰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A사 대표와 야당 중진의원의 딸이 친구 사이였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09년 KT가 진행했던 옴니텔차이나에 대한 지분인수 과정도 새로운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옴니텔차이나는 국내 모바일 솔루션기업인 옴니텔이 중국에 세운 자회사로, 컬러링과 같은 모바일 솔루션, 애플리케이션 마케팅을 하는 회사다. 특히 중국 탁구스타출신 자오즈민 사장이 공동출자 했다 현재는 대주주로 있으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의혹은 KT가 지난 2009년 말, 매출이 급격히 하락세에 있던 옴니텔차이나 지분, 25%를 인수한다고 공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KT의 투자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경복고 동문이던 J모 검사장 출신이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루머가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슨 영문인지 당시 KT는 사업 타당성을 위한 중간평가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위험한 상황임에도 투자 보류나 축소 등 위험 회피(리스크 헤지)를 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KT는 이같은 루머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KT는 옴니텔차이나에 대한 투자를 2년 동안 미룬 뒤 2012년 12월초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말 투자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위험 상황이라 투자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실제 옴니텔차이나는 KT가 투자를 추진하던 지난 2009년 매출이 141억원에서 2010년 73억원대로 반토막 났지만, 이후 성장세로 돌입해 지난 2012년에는 200억원대로 회복했다.

KT에 따르면, 옴니텔차이나는 당기순이익이 2011년 16억원, 2012년 19억원대를 기록하며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당시 부실투자 책임론이 제기됐던 표현명 사장은 2009년 코퍼레이트센터장으로서 투자 실무를 추진하다, 이듬해 개인고객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투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이 다시 추진했다.

KT의 지분투자 이후 옴니텔차이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A사가 등장한다. 옴니텔차이나는 지난 7월 KT와 제휴를 통해 A사의 모바일 광고 서비스를 중국시장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KT는 A사의 상품을 이 회장이 주창하던 `가상재화'의 핵심 모델로 삼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KT의 투자와 관련한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전 회장과 측근들이 KT에 대한 사유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은밀하고 독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낸 결과라고 비판한다. 특히 그룹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기능이 이 회장 측근 인사들로 구성된 코퍼레이트센터에 집중되면서, 투자의 투명성을 보장할 시스템 대신 일부 고위층 인사들의 전횡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KT는 투자와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A사 관련 건은 확인된 바가 전혀 없다"며 "과거 옴니텔차이나에 대한 투자 또한 성장해나가는 회사의 가능성을 본 결정이고, 또 실제 성과도 잘 나오고 있는데 루머가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18. 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