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고품격은 막말로, 공정성은 편파방송으로… 출범 때 약속 줄줄이 파기

종합편성채널이 12월1일 개국 2주년을 맞는다. 내년 3월에는 재승인 심사대에 오른다. 출범 당시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던 호언장담과 달리 현재 종편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콘텐츠 산업과 방송문화를 선도하겠다던 말도 싸구려 저질 프로그램 시비로 덮였다. 태어날 때의 약속은 2년 만에 다 지워진 ‘괴물 방송’이 된 것이다.

반복되는 막말은 종편의 상징 마크가 돼버렸다. 작년 대선 때 야권 후보를 ‘싸가지 없는 며느리’ ‘후레아들XX’ ‘애송이 같은 아마추어’ 등으로 공격해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수차례 제재를 받은 종편들의 설화(舌禍)는 올해도 이어졌다. 여성 국회의원에게 “각선미가 좋다”(채널A), 배우 차승원씨 아들의 성폭행 논란에 “애가 애를 낳아서…”(TV조선)라고 품평하고,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때는 “사망자가 모두 중국인이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채널A)이란 실언이 나왔다.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TV조선·채널A)을 내보내 역사왜곡 논란도 일으켰다.

정부와 종편이 약속한 ‘장밋빛 미래’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종편 4사는 지난해 7285억원을 제작비·콘텐츠 투자에 쏟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집행된 금액은 3453억원(47%)에 그쳤다. 2년 전 정부는 종편 출범 후 고용유발효과로 2만1000명을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방통위가 발표한 종편 4개사 직원 숫자는 1319명에 불과하고, 외주제작 등 연관 산업의 간접고용까지 고려해도 종편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당초 기대한 것보다 10분의 1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편성 비율도 ‘종합편성’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올 들어 TV조선과 채널A는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을 보도로만 채우고 있다. JTBC는 오락프로그램 비중이 수시로 50%를 넘나든다. 방통위가 점검한 종편 4사의 지난해 재방송 비율은 50%가 넘는다. 지상파 뒤쪽의 황금채널과 ‘24시간 방송’이라는 특혜를 받아놓고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시청자의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엇나갔다.

종편들은 사업승인 신청 때 ‘5년 이내 시청률 3.8% 달성’(JTBC) ‘2015년 시청점유율 7.1~10% 달성’(채널A) 등의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올 1~10월 평균 시청률은 0.7~0.8%에 그쳤다. 2011년 460억원이던 종편 4사의 적자는 지난해 2754억원으로 6배 가까이 커져 ‘돈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다. 종편의 사업 전망도 출범 당시와 달리 잿빛을 띠고 있는 것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종편이 보도의 공정성보다는 미국의 폭스뉴스처럼 언론의 이름으로 양과 질 모두 권력과 보수정당에 유리한 선전매체가 돼왔다는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지금대로 가면 한국 사회의 보수화, 언론지형의 불균형만 심화시킬 종편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지 물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18. 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