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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T쇼핑'의 방송 화면 캡처. 쇼핑호스트로 보이는 인물들이 얼굴은 내보이지 않은채 제품 설명에 한창이다.
홈쇼핑 마니아인 주부 한지영씨(32·가명)는 최근 IPTV(인터넷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TV서비스) 한 쇼핑채널에서 밀폐용기를 구매했다. 평소 구매하려던 32개 세트 제품인데 8만원도 채 안되는 값에 팔길래 얼른 주문했다. 자동 주문전화로 연결했더니 3000원이 추가 할인됐다.

최근 'T커머스'(상품 판매형 데이터 방송채널)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홈쇼핑 업계가 속을 끓이고 있다. 홈쇼핑과 유사한 IPTV 쇼핑채널이 증가하면서 고객 분산, 매출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에서 올해 3000억원으로 50%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장기 불황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부진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홈쇼핑 업계(평균 10∼20%)보다도 훨씬 높은 성장률이다.

◇"T커머스 돈되네"…KT·태광도 출사표=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T커머스 업체는 총 10곳이다. 이 중 5곳은 홈쇼핑 업체고 나머지 5곳은 KTH, TV벼룩시장, 화성산업, SK브로드밴드, 아이디지털홈쇼핑 등이다.

T커머스 사업자 승인은 2005년에 이뤄졌지만 시장이 무르익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부분 업체가 승인 이후 2년간 판매방송을 송출하지 않아 승인 취소 위기를 맞았지만 지난해부터 잇따라 출사표를 내고 있다.

KT가 지난해 8월 자회사인 KTH를 통해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스카이T쇼핑' 채널을 연데 이어 지난달 7일에는 태광그룹이 아이디지털홈쇼핑을 통해 '쇼핑앤T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기존 방송에 연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쇼핑채널(스카이T쇼핑 20번, 쇼핑앤T서비스 16번)을 운영하고 있어 홈쇼핑 업계가 가장 신경쓰는 사업자들이다. 특히 '스카이T쇼핑'은 모기업인 KT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올해 200억원의 취급고를 올렸다. 오는 2015년에는 연간 취급고를 5000억원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T커머스=유사 홈쇼핑…엄격 규제해야"=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가 사실상 유사 홈쇼핑에 해당되는 만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망을 기반으로 한 홈쇼핑 사업자는 미래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는 반면 통신망에 기반한 T커머스의 경우 신고만하면 사업자 승인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T커머스는 쇼호스트 출연이나 생방송이 금지돼 있지만 대부분 쇼호스트 얼굴이 아닌 손과 제품 착용 장면만 클로즈업 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며 "녹화방송을 24시간 송출하는 만큼 홈쇼핑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는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물론 영업 이익의 약 13%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내고 있다"며 "이에 비해 T커머스는 홈쇼핑과 유사한 영업을 하면서도 규제나 의무에서는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T커머스 업계는 기본적으로 데이터 송신에 따른 쌍방향 유통채널이라는 점에서 홈쇼핑과 명백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KTH 관계자는 "품목별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면 VOD나 이미지 등으로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기존 홈쇼핑보다 온라인몰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T커머스(Television Commerce)란?
케이블 TV와 IPTV 등 세톱박스를 이용해 발생되는 모든 종류의 상거래서비스로, 서비스 방식에 따라 독립형과 연동형으로 구분된다. 독립형은 별도의 채널을 갖고 VOD나 이미지 등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연동형은 기존 지상파나 종편채널 프로그램 방송 중 연관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이벤트 참여 방식으로 운영된다.

by 100명 2013. 11. 19. 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