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똑같은 반복…임원 감축 계획에 뒤숭숭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KT 직원들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인지까지 속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입니다"

최고경영자(CEO) 부재 상황에서 KT 직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18일은 이석채 전 KT 회장이 사퇴한지 일주일이 된 날임과 동시에 새 CEO를 뽑기위한 CEO추천위원회가 처음 가동되는 날이다.

KT 임직원들 사이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깔려있는 가운데 새로운 CEO가 누가될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KT는 지난 11일부터 표현명 T&C 부문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맡아 비상경영 상황을 겪고 있는 중이다.

마케팅 관련 A 임원은 "아무래도 사내인사가 뽑히면 KT 의 문제점이 뭔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해결책을 내놓으면 되는지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내부인사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CEO를 뽑는 것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고 했다. "회장이 없더라도 직무대행 체재로 이석채 전 회장의 임기였던 때까지 직원들을 다독여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는 B 사원은 "말단 사원들 사이에서는 '낙하산'만 아니라면 좋겠다는 의견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이석채 전 회장처럼 정권에서 점지한 사람이 온다면 5년 후에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에 외부인사라면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CEO 추천위원회의 선임과정을 감시하겠다고 밝힌 노조 역시 외부인사에게 문은 열어 놓는게 맞지만, 내부 인사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핵심 관계자는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사내 인사로 CEO 후보를 한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 전 회장 사퇴 이후 경영리스크를 단시간에 회복하려면 사내 인물이 적합하다"고 전했다.

KT노조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는 'CEO 선임 감시위원회'는 ICT 전문성과 KT에 대한 이해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세가지 잣대를 가지고 CEO 추천위원회가 외풍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다만 직급과 직무에 따라 회장 부재의 위기를 느끼는 온도차도 있다. 이 전 회장이 사퇴의 변에서 말했던 '임원 20% 감축' 계획 때문에 128명의 임원들은 가시방석이다. 광화문 사옥에서 근무하는 C임원은 "언제든지 나가라고 하면 나갈 준비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며 "타깃이 누구냐에 대한 추측들만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실수라도 할까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임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반면 서울 시내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영업 팀장 D씨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러야 하는 영업팀에서는 우리 때거리를 채우는 것도 힘에 부친다"며 "정부의 보조금 조사 때문에 가뜩이나 영업실적 측면에서 힘들어졌는데 비상상황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품 개발 관련 E 사원도 "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임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당장 회사를 다니는데 지장이 없는 직원들은 남중수 사장 때 한번 겪은 일이라 생각보다 무덤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by 100명 2013. 11. 19.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