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업계 최고 이슈는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식사 자리에 가면 단지 통신담당 기자라는 이유로 "다음 CEO는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물론 최근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 "누가 가장 유력하냐"는 질문과 함께 받는다.

 

KT 직원도 아닌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KT를 이끌어갈 CEO가 진짜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행간에선 신임 CEO에대한 정보를 빨리 얻어야겠다는 조급함도 읽힌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T가 과연 민간 기업인가?' 라는 원론적 질문과 부딪치기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주가 주인인 민간 기업들은 회사 정관과 규정에 따라 CEO를 선임한다. 국외자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전적으로 주주들이 판단할 사안이다. 심지어 최태원 SKT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됐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후임이 누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KT는 사정이 다르다. "A가 됐으면 좋겠다", "B가 오는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자의반 타의반 자신들의 논리를 펼친다. 거창하게 신임 CEO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조직 구상까지 내놓는다. 혹자는 "청와대에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펼친다. 회사가 얼마나 힘이 없으면, 내부 조직 문제를 외부 인사들이 이렇게 '감놓아라 배놓아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KT 안팎에서는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약 5년간 이어진 이석채 회장 체제의 유산이라고 본다. '원래 KT' 구성원의 자리를 '올레 KT' 멤버들이 치고들어오면서 단기 실적 달성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조직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 회장이 지난 2009년 KT에 들어온 후 조직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일방적으로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조직의 이반이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KT 내부 주요 요직이 이회장 주변 인물로 채워지고, '올레 KT' 임원 중 일부는 '원래 KT' 임원보다 몇 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당연히 불협화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불협화음이 현 KT 구성원의 불신과 조직 문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최근 만난 지방 출신 젊은 KT 직원의 하소연은 왠지 짠하다. "KT에 입사한 후 마을에서 축하한다며 잔치까지 벌였는데, 지금 우리 회사 모습은 도대체 왜 이러냐"며 애써 감추었던 눈물을 흘린다. 또 다른 직원은 " 지나가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마치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며 요즘의 허탈한 심정을 고백한다. 이런 말들이 혹시라도 이 회장 사임 후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더 큰 고난에 대한 암시는 아닐까?

 

전직 정보통신부 장·차관, 주요 기업 사장, 국회의원 출신 등 다양한 사람이 KT CEO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적임자라고 얘기하는 KT '임직원'은 얼마나 될까?

 

이번 KT의 신임 CEO 선임은 향후 KT가 본격적으로 비상하는 데 초석'을 만드는 중차대한 일이다. KT가 비상의 나래를 활짝 펼치려면 지금 임직원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시련을 충분히 보듬어 줄 수 있고, 또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KT를 만들 수 있는 CEO가 있어야 한다. KT를 위해 몸을 온전히 내던질 수 있는 CEO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전문가가 과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KT내부를 잘 아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KT 내부에서 CEO가 나와야할 시점 아닐까?

by 100명 2013. 11. 19. 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