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KT를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미디어업계의 최대 관심 사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유료 방송 점유율 규제’의 쟁점은 결국 이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IPTV 특별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을 3분의 1로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전 의원은 ‘점유율 산정에 합산되는 특수 관계자를 위성과 유성방송사업자까지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병합 처리 될 것으로 보이는 이 두 법안은 결국, ‘KT에 대한 규제’를 공통분모로 한다.

   
▲ 민주당 전병헌 의원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연합뉴스)
잇따르는 ‘유료방송 시장’ 관련 토론회...대리인들의 치열한 논리싸움

최근 유료방송 시장과 관련한 토론회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은 이에 대한 반영이다. 규제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지난 2008년 이후 사실상 방치 되고 있는 KT의 영향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의 여부이다. 관련해 최근 공론장의 분위기는 점점 ‘KT의, KT에 의한, KT를 위한’ 격론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리고 똑같은 주제를 논하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후원자가 누구냐에 따라 현격한 온도차가 발생하는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기도 하다. 현행 유지를 원하는 KT계열사들의 ‘수성’과 MSO를 중심으로 한 반KT 진영의 ‘공세’가 각각 대리인들의 입을 빌어 치열한 논리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19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최하고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후원한 ‘유료방송 공정경쟁 정책 세미나’는 유료 방송 시장 규제를 둘러싼 상황의 예민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발표를 진행한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시장의 점유율 규제와 관련한 현황과 쟁점 그리고 해외사례를 망라한 수준급 발표를 했지만 정작, ‘KT 규제’로 귀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KT 규제 하긴 해야 하는데...그 방법은...

이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시장의 핵심 쟁점을 점유율 규제가 아닌 ‘특수관계인(KT와 KT 스카이라이프) 규제’로 보는 게 합당하단 입장과 함께 “현실적으로 합산 점유율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KT에 대한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

   
▲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현행, 유료방송 시장 제도의 규제가 “비대칭 규제로 불공정거래를 유발한다”는 시각을 보인 이 연구위원은 “현행 규제대로라면 4~5년 내에 KT가 전체 유료 방송 시장의 50% 이상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 된다”며 “매체별로 분리 적용되는 점유율 규제를 특수 관계인을 고려하여 소유 겸영 제한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이 뽑은 특수 관계인 소유 겸영 제한의 핵심 쟁점은 △구조적 불공정 경쟁에 의한 특정 사업자로의 시장 쏠림, △이용자 선택권 제한, △방송 산업 발전 저해‘ 등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33% 가입 제한 개정의 의미는 지금이 아니면 곧 사라질 것”이라며 “제때 규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32%를 점하고 있는 KT의 시장 점유를 볼 때, 33% 제한의 의미는 곧 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KT 쪽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규제안에 대해 ‘사전에 시장 점유율을 규제하는 해외의 예는 없으며, 국내 타법에도 점유율을 규제하지는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경우 구조적 점유율 제한은 없더라도, 공익 심사를 통한 규제권한을 갖고 있고 영국과 독일 역시 규제를 이행할 충분한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전국 권역을 같은 회사에 동시에 승인한 사례는 한국과 러시아가 유이하다”며 “KT IPTV와 스카이라이프는 사실상 동일한 유료방송임에도 점유율 규제 미비로 특수 관계인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내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업자 이해관계의 방패막이로만 등장하는 ‘이용자 권익’

이 연구위원의 이러한 입장은 논리적으로는 KT에 대한 확실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나 정작 현실적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점유율 상한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현행 입법 발의되어 있는 안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 입각해 ‘매체 합산을 33%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위원은 “KT의 경우 근시일 내에 추가 가입자의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기존 가입자 또는 잠재적 가입자의 선택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점유율 규제가 KT에 대한 ‘표적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KT 계열들의 입장에도 현실적 설득력이 있음을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한데, 이 연구위원은 이를 해소할 방법으로 “이용자 피해 구제 및 예방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현행 방송법 및 IPTV법에 소유겸영 규제에 따른 이용자 피해 발생 시 후속 조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이용자 보호 규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의 이러한 견해는 지난 방송학회 토론회 등에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규제와 관련해 유료 방송 시장의 공룡이 되어버린 ‘KT에 대한 맹공’과 함께 입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요구됐던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정책적 논의에 있어 ‘이용자의 권익’은 추상적이되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단 점에서 이 위원의 견해는 향후 KT로 하여금 ‘이용자 피해’를 근거로 ‘33% 제한’의 현실적 허구성을 맹렬히 파고들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행여, 이런 부분들이 반영되어 만약 점유율 제한을 ‘49%’로 상향할 경우 당분간은 사실상 규제 개선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또 다른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현실의 진흙탕에서 ‘아름다운 원칙’만 말하는 건 무책임

발표에 앞서 축사를 진행한 홍문종 의원은 “유료방송산업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이제 공익성과 공공성 확보의 도태에서 시청자들의 욕구를 다양하게 충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현실의 쟁점에 어떤 설명도 주지 못하는 ‘아름다운’ 원칙일 뿐이다. 법안의 발의자로써 보다 책임 있는 발언이 요구됐지만 홍 의원은 ‘사업자 중심’의 지형으로 철저한 진지전이 발생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국회가 유료방송 시장 규제 논의를 끌면 끌수록 본질은 사라지고 이해관계 쟁점만 나부끼는 진흙탕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학계와 연구자들 그리고 시민사회는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제안해 논의를 합리적 방향으로 끌어가야 하지만 정부 바깥의 논의 역시 ‘사업자 중심’의 지형에서 크게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유료 방송 시장과 관련해 법안이나 시행령이 만들어질 때마다 ‘KT표적법’, ‘CJ특혜법’ 등의 특정 사업자에 유불리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것 자체가 이런 기울어진 상황의 반영일지 모른다. 논의의 정당성이나 법안의 합리성보다는 그 겨냥점이 누구를 향해 있는가가 더 부각되는 기울어진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입법부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어느 정도 포섭되어 있고, 언론 지형을 장악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방송 관련 논의의 직접 당사자로 뛰면서 발생하고 있는 악순환이기도 하다.  

유료 방송 시장의 개선 논의를 이용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유료방송 시장 규제 개선의 의미는 ‘약탈적 경쟁’에 따른 폐해와 ‘방송 다양성 침해’에 따른 권리 침해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규제 없는 경쟁이 ‘약탈적 경쟁’을 촉진하고, 재벌에 해당하는 대규모 기업 집단이 동일한 유료 방송 시장에서 전국 단위의 사업을 벌이며 PP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 자체가 다양성에 반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대체적인 합의이며, 논리적 결론이다. KT가 피해를 입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부가적인 쟁점일 뿐이다. 이제 본격화 되어 향후 법안 통과까지 또 무수한 고비들을 넘겨야하는 유료 방송 시장 규제 개선 논의가 부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이에 대한 ‘눈치싸움’이 아닌 확실한 근거에 따른 공정한 결론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by 100명 2013. 11. 21.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