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68) 전 KT 회장의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KT가 교육 콘텐츠 업체를 인수하면서 기업 가치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 측에 실사금액 기준을 미리 제시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는 최근 사이버MBA(현 KT 이노에듀) 인수에 관여했던 A회계법인 관계자와 KT 임직원 등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KT가 사이버MBA 측에 특혜를 주기 위해 회계법인의 평가 과정에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치평가 보고서 제출 시한 이후 2주일 만에 투자가 이뤄진 것에 비춰 ‘짜맞추기 실사’를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T가 지난해 사이버MBA를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A법인 측에 “가치평가를 하는데 몇 가지 조건이 ‘클리어’ 돼야 한다”고 주문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KT는 A법인 측에 “2011년 B회계법인에서 실사한 사이버MBA 평가액 135억원 선을 유지하라” “B법인에서 했던 (1차) 평가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가치평가 보고서가 작성되면 좋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A법인 감정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7월 77억5000만원을 투자해 사이버MBA의 지분 50.5%(174만9000주)를 인수했다. 주당 4445원 수준이다. 사이버MBA의 2010년 주당 액면가는 500원이었다. 2010년과 비교해 2011년 이 회사의 매출은 오히려 1억원이 줄었다.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액면가의 9배나 주고 사들인 것이다. 사이버MBA는 이 전 회장의 8촌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회장을 지냈고, 현재도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KT가 사이버MBA를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 2월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A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사이버MBA 가치평가를 한 것은 맞지만 KT 측이 어떤 주문을 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KT가 2011년에 이미 사이버MBA 인수 의사가 있어 B법인의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인수가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22. 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