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 회장이 매년 성과급으로 상당 금액의 주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KT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임원들의 연봉이 동결 또는 삭감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올해 초 1만739주의 주식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올초 KT 주가가 4만300원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4억3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이 전 회장의 주식은 보호예수에 걸려있어 즉각 현금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회사가 잘 나갈때라면 모를까, 통신사업 매출이 갈수록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그가 성과급 성격의 주식을 받을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까?

 

올해초는 시기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때였다. 이 전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임직원들의 연봉을 동결하거나 일부 임원의 연봉을 삭감하는 조치를 내렸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자며 '으?! 으?!' 한창 분위기를 잡던 때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4억원이 넘는 성과금을 받았다 .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 가장 먼저 자금 부문부터 단도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혹시라도 허튼 곳으로 돈이 새지 않는지 찾아내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면서 동시에 임금 동결이나 인센티브 미지급 등 비상대책을 강구한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받을 만큼 받은 셈이다.

 

이 전 회장의 주식이 보호예수에 걸려있기 때문에 KT 차원에선 안전장치를 걸어놓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CEO)의 제밥그릇 챙기기가 회사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의 태도인지 의심스럽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KT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이 전 회장이 들어와 지난 5년간 조직을 와해시켰다는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다.

 

최근 KT CEO추천위원회가 구성됐다. 일각에선 외부 전문가가 CEO로 가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벌써 비KT 출신이 새로운 KT CEO로 들어와 이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KT 정관에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 또는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가 신임 회장의 자격 요건으로 되어 있다. 관료나 정치권 출신 인사가 경영·경제 관련 지식은 해박할 지 모르지만, 경영 경험에 있어서는 KT 출신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

 

오는 25일 오전, KT CEO 추천위원회는 약 10일간 공모를 통해 신임 CEO 후보를 추천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추천위원회가 과연 어떤 용단을 내리게 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by 100명 2013. 11. 22.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