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봄, 한국영화는 여름에 대박난다
2000년 이후 극장가 흥행추이 분석해보니…
  • ◇봄·여름 대박을 터트린 한·미 영화들.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괴물’ ‘웰컴 투 동막골’ ‘디 워’ ‘쿵푸팬더’ ‘스파이더맨3’ ‘미션 임파서블3’.
    할리우드는 봄, 한국영화는 여름에 대박 난다?

    ‘여름 극장가=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 대작들이 여름 성수기를 싹쓸이했으나 근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의 흥행 추이를 분석한 결과, 5∼6월에는 할리우드물이, 7∼8월에는 한국영화가 최고 흥행작에 오른 적이 많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즌이 앞당겨지면서 한미영화의 흥행 시기가 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할리우드는 봄, 한국영화는 여름

    영화진흥위원회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의 영화산업 통계자료를 토대로 2003년부터 올해까지 봄(5∼6월)과 여름(7∼8월) 시즌 흥행 성적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영화는 봄에, 한국영화는 여름 성수기에 최고 흥행작을 배출했다.

    〈표 참조〉

    할리우드물은 봄 시즌의 절대 강자였다. 6년 동안 4번이나 흥행 1·2위를 차지했다. 이 시기를 평정했던 할리우드영화는 모두 그해 전체 흥행순위 10위권에 들었다. ‘살인의 추억’ ‘혈의누’에게 1위 자리를 내준 2003년·05년에도 2위는 ‘매트릭스2’ ‘미스터&미세스 스미스’가 차지했다.

    2006년부터는 할리우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2006∼08년 봄 시즌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상위 3편이 무려 1000만명 이상을 쓸어모았다. 작품별로는 ‘미션 임파서블3’ ‘스파이더맨3’ ‘쿵푸팬더’ ‘아이언맨’등이 관객 400만명을 넘겼다.

    한국영화의 여름사냥은 더 눈부셨다. 2004년 단 한 번을 빼고 해마다 여름 최고 흥행작을 배출했다. 특히 역대 한국영화 흥행 톱 10 중 4편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이 8월 한 달간 555만명을 모으며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수립하자 ‘괴물’(2006년), ‘디워’ ‘화려한 휴가’(이상 2007년)가 연이어 이 기록을 깨며 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

    올해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벌써 200만명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고 이준익 감독의 휴먼 대작 ‘님은 먼곳에’와 한석규, 차승원 주연의 액션버디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이 줄줄이 개봉 예정이기 때문이다.

    왜 흥행 시즌이 달라졌나

    할리우드의 개봉 전략이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극장가에선 전통적으로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주간이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오픈 시즌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 대목쯤 되는 연중 최고 성수기다. 따라서 웬만한 대작들은 이 시기를 선점하려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이 최근 이때를 고집하지 않고 마케팅 극대화 차원에서 개봉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주로 과거 흥행작의 개봉일을 디데이로 정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동일 장르 또는 스타 배우, 감독과 연관성 있는 날짜를 개봉일로 잡으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반기 전 세계를 달궜던 ‘인디애나 존스4’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7월 초 대신 시리즈 2편(1984년)과 3편(1989)을 선보였던 5월 마지막주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 주간을 개봉일을 잡았다. 그동안 8월에는 대작영화가 나오지 않았지만 유니버설의 ‘본 얼터메이텀’이 지난해 8월초 개봉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유니버설은 올해 다시 ‘미이라3’ 개봉일을 8월1일로 잡았다. 마블코믹스 태생의 슈퍼히어로물들은 5월 첫 주를 오픈 시기로 잡고 있다. ‘스파이더 맨’(2002) ‘엑스맨2’(2003), ‘스파이더맨 3’(2007), ‘아이언맨’(2008) 등이 이런 전략을 따랐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개봉 시기가 5월 초까지 올라가자 7∼8월이 되면 대부분의 물량이 소진된다. 그동안 이들과 전면전을 피했던 한국영화들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차지하는 셈이다. 작품에 자신이 있는 일부 국내 블록버스터들이 처음부터 여름 시즌을 노리기도 한다. ‘디워’는 몇 차례 개봉을 연기한 끝에 지난해 8월 1일 개봉했고 ‘놈놈놈’ 역시 올 여름을 겨냥해 촬영을 진행했다. 소니픽쳐스 마케팅팀 허인실 과장은 “5월부터 미국 블록버스터 시즌이 시작되다 보니 국내에서도 이 시기에 대박 영화가 자주 나온다”며 “봄은 할리우드, 7∼8월에는 한국영화로 시장이 분점되는 경향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봄·여름 시즌 흥행작 (괄호는 개봉일, 단위:만명)
    년도5∼6월 흥행작 1, 2위7∼8월 흥행작 1, 2위
    2003살인의추억(4.25) 525
    매트릭스2(5.23) 351
    첫사랑사수 궐기대회(6.27) 233
    싱글즈(7.11) 220
    2004트로이(5.21) 197
    투모로우(6.3) 162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7.16) 145
    스파이더맨2(6.30) 152
    2005혈의누(5.4) 195
    미스터&미세스 스미스(6.16) 190
    웰컴 투 동막골(8.4) 555
    친절한 금자씨(7.29) 365
    2006미션 임파서블3(5.4) 578
    다빈치코드(5.18) 334
    괴물(7.26) 1223
    캐리비안의 해적2(7.6) 461
    2007스파이더맨3(5.1) 465
    캐리비안의 해적3(5.23) 451
    디워(8.1) 816
    화려한 휴가(7.25) 680
    2008쿵푸팬더(6.5) 453
    아이언맨(4.30)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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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100명 2008. 7. 23.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