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委, 4년 반 동안 18차례 회의
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계획 무산

KT그룹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어수선하다. 잘못이 있다면 검찰 조사를 받는 것도 순리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KT의 CEO는 5년전에도 검찰 조사 도중 불명예 퇴진했다. 이를 두고 'KT가 비리의 온상이다'고만 비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KT가 민영화 됐지만 100% 민간기업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CEO가 불명예 퇴진되는 일을 반복할 순 없다. 이에 KT의 지배구조의 한계와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09년 회장 취임 직후부터 시작한 일이 있다. 그는 KT의 지배구조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해 이사회에 '지배구조개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4차례 회의를 통해 지배구조 사례 및 주요이슈, KT 지배구조의 특징과 현황, KT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마 본인도 MB정권의 낙하산으로 KT 회장에 취임했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KT의 지배구조 취약성을 인정하고 바로잡아 보고자 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전 회장은 이듬해인 2010년에는 '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지배구조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이사회내 상설조직으로 만들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이사 4인,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토록 했다.

 

그는 지배구조위원회 안을 통과시킨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KT의 지배구조는 공기업적 성격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委 뭘 논의했나

 

지배구조위원회는 201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당시 이춘호, 김응한, 허증수, 이찬진 사외이사와 표현명 사내이사가 참여한 가운데 4차례 회의를 갖고 지배구조 관련제도 개선안을 보고받고 원안 가결시켰다. 2011년과 2012년에도 총 9차례 회의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안을 보고받고 수정안을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실제로 지배구조위원회는 제너럴 일렉트릭(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출토록 하자는 방안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1994년 취임 직후 10여명의 내부 후보를 뽑아 6년간 치열하게 경쟁시킨 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정한 바 있다. 이런 지배구조가 있었기에 GE가 135년 동안 살아남으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배구조위원회 활동은 2013년 들어서 매우 뜸해졌다. 올해 단 한 차례, 그것도 정관일부 변경안을 보고받는 수준에서 활동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지배구조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셈이다. 왜 그랬을까.

 

이와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KT의 지배구조위원회는 그동안 활동을 통해 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얘기 들었다"면서 "하지만 정권이 바뀔 무렵 KT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배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릴까

 

이쯤되면 민영기업이 왜 정권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릴까 의문이 생긴다.

 

KT는 현재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기업이다. 하지만 통신·방송이라는 사업구조 특성상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많이 받고 있다. 통신사업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할당부터 시작해 수익이 전혀 나지 않지만 공중전화 사업에 이르기 까지 정부규제를 안받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다. 최근 불거졌던 인공위성 매각 문제도 정부 규제를 간과했던 KT 일부 임직원들의 오판이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렇다보니 KT와 정부의 관계는 미묘한 밀월관계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KT는 오너가 없는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인식도 강하게 작용한다. 이석채 전 회장도 자의든 타의든 새간의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MB정권을 비롯해 박근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KT의 경영고문·자문역으로 영입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연관된 문제는 비단 KT만의 이슈는 아니다"면서 "방송·통신업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규제기관의 눈치를 안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다른 기업들은 오너십이 있어서 정부의 손을 덜 타는 반면 KT는 오너십이 없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by 100명 2013. 11. 22.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