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골프 접대와 상품권 접대를 받아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2009년 케이블TV방송업체 관계자로부터 성접대를 받고 청와대 행정관에서 물러났던 김정수 전 행정관이 4년 만에 케이블TV방송의 정책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으로 영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총장은 지난 2009년 3월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룸살롱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직원과 함께 케이블방송업체 관계자로부터 술접대를 받았고, 김 총장의 경우에는 성접대까지 받아서 법원으로부터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성매매 단속에 나섰던 서울 마포경찰서가 이들을 현장에서 적발했으나 마포경찰서는 관련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은폐·축소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정동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집권 2년차에 나타날 수 있는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 청와대 직원들의 근무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일정 기간 내부 윤리 감찰도 병행하겠다"고 보고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음주자제령을 내리는 한편 청와대 근무자들의 도덕성과 기강을 높이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김 총장은 이 사건으로 청와대에서 해임됐다. 그 후 애니플러스 부사장을 거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 국장으로 입사해 올 7월엔 사무총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직은 케이블방송의 이권과 이익을 실무총괄하는 자리"라며 "겉으로는 정책조율을 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방송통신위원회나 국회 등에 이권과 관련해 로비하는 자리인데 그런 접대를 받았던 분이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언론이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공직은 아니지만 적절한 인사는 아닌 것 같다"며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특히 과거전력이 있는 분에게 중책을 맡겨 대정치권 로비에 나서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잃어버린 처사 아니냐"며 "성접대 받고 물러났으면 좀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화려하게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그때 사건은 방통위 직원과 만나 밥 한 번 먹은 일에 불과하다"며 "그때 그 사건으로 청와대에서 옷 벗고 나왔고 또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년 케이블방송 전문가로서 먹고 살기 위해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 자리로 온 것이고, 또 케이블방송 사업자들도 나를 모신다면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오게 된 것인데 비판한다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몇몇 언론에서 비판이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나 미래부 그리고 국회 안에서조차 그 문제로 나에게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며 "내가 낙하산도 아니고 국장공모에 응시해 입사했고 승진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저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며 "문제 삼는다면 할 말은 없다"고 입을 닫았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협회 안에서 미디어국과 콘텐츠국, 기획홍보국을 총괄하면서 케이블방송채널의 이권을 실무적으로 종합관리하는 직책이다. 한해 연봉은 약 1억5천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by 100명 2013. 11. 23.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