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외친 이석채ㆍ이상철… 성적표는 `정반대`

연말 이동통신시장의 실적이 엇갈리는 가운데, `탈통신'을 외쳤던 LG유플러스와 KT의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려 주목받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의 탈통신이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탈통신이라면, 이석채 회장은 오프라인 사업 투자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두 기업 모두 성장은 이어갔지만, KT는 주력사업인 통신을 위기에 빠뜨리며, 회사의 체질을 약화시켰다는 평가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09년 KT의 수장이 된 이후 KT가 지닌 막강한 인프라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취임하자마자 KT와 KTF의 합병을 추진하며 유무선 통합을 진행한데 더해 대규모 자산을 동원해 `문어발식' 확장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KT이 계열사는 2009년 초 30개에서 2013년 11월 현재 53개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콘텐츠 업체, BC카드, 렌탈, 렌터카, 부동산은 물론 야구단까지 계열사가 됐다.

이 전회장의 확장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KT는 무선수익 하락을 비통신 분야의 실적이 메우는 효과가 지속됐다. 지난 3분기 KT의 무선수익은 1조7138억원으로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나 줄었다. 그러나 전체 틀에서는 적자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회사 영업이익 기여도는 지난 3분기 52.2%로, 전년 동기 대비 39.4%포인트나 올랐다. 전체 영업이익을 BC카드, 렌탈 사업, 부동산 판매 수익 등으로 메웠다. 그러나 이 역시 장부상 이익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LTE 대응이 늦었던 2012년 이후에는 57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이탈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핵심 수익기반이 크게 흔들리며, 성장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KT는 지난해 12월 1584만명에서 올 9월 현재 1527만명이다. ARPU를 3만3000으로 잡았을 때 188억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에도 똑같아 천문학적인 가입자매출 손실을 입은 것이다.

반면,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탈통신은 통신이라는 기반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동통신분야에서 LTE 전국망 조기구축과 무제한 요금제 출시, 인터넷전화(mVoIP) 전면허용 등 혁신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통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클라우드 게임, 구글TV 등 신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리치 서비스'를 실현했다. 무선통신기술을 이용한 마을방송 서비스 `안심마을 존'과 스마트카와 같은 다양한 혁신 서비스도 내놨다. 또 사물통신(M2M)을 활용한 스마트빌딩 호텔패키지, 주차관제 솔루션, 버스관제 서비스, CCTV통합관제센터 등 다양한 탈통신 사업을 추진하며 기업부문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1016만명에서 9월 현재 1071만명으로 55만명이 증가했다. 뿐만아니라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 탈통신이기 때문에 성장가능성 또한 높다는 평가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디지털경제연구소장)는 "돈이 되는 영역에 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명확한 방향과 시너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KT 역시 앞으로는 통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통신과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분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1. 26. 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