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손자회사'의 리츠 설립에 부정적 의견… "검찰수사중"

image
그래픽=강기영

 부동산 헐값매각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KT가 또다시 5개 부동산을 손자회사인 KT AMC(자산관리회사)의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을 추진중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당 리츠 설립에 부정적 의견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KT AMC의 '케이리얼티4호' 설립 인허가와 관련, 국토교통부에 "부동산 매각과 관련된 검찰수사가 진행중임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상 '케이리얼티4호' 인허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케이리얼티4호'는 KT AMC가 KT의 5개 부동산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 8일 국토부에 인허가를 신청한 CR(기업구조조정)리츠다. 현재 CR리츠와 공모형리츠는 상품의 안전성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국토부와 금융위가 협의를 통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CR리츠 상품요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KT의 부동산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관련내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해행위 등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가 지적한 검찰수사는 2011년과 2012년 KT가 KT AMC의 CR리츠(케이리얼티1호, 케이리얼티2호)를 통해 28개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헐값매각 논란이다.

 KT는 2011년 말 용산빌딩 등 20개 지사를 4704억원가량에 '케이리얼티1호'에 매각했다. 지난해 말에는 고덕지사 등 8개 지사를 1440억원 정도에 '케이리얼티2호'에 처분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지난달 KT가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헐값매각으로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이석채 전 회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T가 감정가의 75~76% 수준으로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회사에 최대 869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KT가 매각한 부동산을 세일&리스백(Sale&Lease Back) 방식으로 재임차하면서 임차료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 손해를 키웠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결국 KT의 이번 부동산 추가 매각 여부는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공으로 넘어가게 됐다. 리츠 설립 인허가가 무산될 경우 앞으로 KT의 부동산 유동화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리츠 설립 인허가는 부처간 협의 후 20일 내에 결정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로부터 공문을 접수하지 못했다"며 "상품요건에 문제가 없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석채 전 KT 회장의 퇴진 등 정치적 문제가 리츠 설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가격이 감정가보다 낮다는 이유만으론 헐값매각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상품요건에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정치적 문제 등으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도 "이번 부동산은 사전에 이미 정해진 것으로 헐값매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by 100명 2013. 11. 26. 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