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의 기상이 갈수록 울상이다. 횡령, 배임혐의로 압수수색 받고 2013-11-26_110308.jpg 소환되고 재판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유명 기업인들의 낙마설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전반적으로  민간 기업인들의 신분이 너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민영화 성공모델의 슬픈 추락상


공기업 민영화 성공모델로 평가되어온 KT의 이석채 회장이 해외출장 후 귀국길에 사의를 발표한 모양새가 너무나 부자유스럽다. 이 회장은 KT그룹 구조조정과 계열사 확대성장 과정의 배임 횡령혐의로 강력한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회장의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은 KT형 글로벌 진출 신모델로 평가됐지만 출국 전에 청와대의 자진 사임 압력설이 흘러나왔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사임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귀국길에 “임직원들의 고통을 보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이 회장과 KT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새정부 들어서서 민간기업 CEO에 대한 사임 압력이 작용한 듯한 모양새가 매우 못 마땅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회장은 속칭 MB맨으로 지칭되지만 오랜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륜으로 KT의 CEO가 된 인물이다.
이 회장은 KT와 KTF를 합병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 사회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모범사례를 남겼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행여 유능한 CEO가 외압에 의해 임기 중에 사임하는 또 하나의 악례가 아닐는지 궁금하다.


포스코, 창업정신이 절규한다


글로벌 초우량 철강사로 평가되는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이 임기 도중에 사임하리라는 관측도 불유쾌한 사례로 꼽힌다. 포스코는 민영화 성공모델의 하나로 주식이 분산되어 오너가 없이도 오너있는 그룹이나 다름없이 확고한 경영리더십이 정착된 성공기업으로 평가되어 왔다.2013-11-26_110356.jpg
정 회장은 포스코맨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으로 CEO로 발탁된 후 포스코를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지위로 끌어올렸다. 또한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37대 회장으로 선임되어 한국철강산업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는 YS와 DJ 정부 시절 외부인사 회장 낙하산으로 내부의 반발과 경영상 시행착오를 겪은바 있었다. 이 때문에 박태준 창업회장 생존시에는 박 회장이 정계로 진출하여 외풍을 막아내며 창업정신 수호를 다짐해 왔었다. 최근에는 포스코 창업멤버들이 중심이 되어 외부인사의 정치적 낙하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행여 새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유력인사가 자리를 탐내 밀고 들어온다면 포스코의 글로벌 이미지나 위상이 어찌 되겠느냐고 반발할 것이 틀림없다. KT나 포스코의 경우 정부지분이 전혀 없는 공기업의 민영화 성공모델로써 이사회 중심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보호해 주는 것이 너무나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원전부품 비리 LS의 반성과 속죄


원전부품 비리의 주역으로 드러난 LS그룹이 문책 받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LS그룹 구자열 회장이 지난 8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원전부품 비리와 관련하여 참담하고 부끄러워 통렬히 반성한다고 실토했다.2013-11-26_110451.jpg
원전부품의 시험성적서 조작 및 담합입찰 사건에 대해 변명할 말이 있을 수 없다. 구 회장이 속죄하고 자숙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한수원은 LS계열 JS전선에 대해 1,3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S를 비롯하여 LS전선, JS전선 등은 단순한 원전부품 납품비리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원전사태는 한수원, 원전마피아 등과 함께 조직적, 구조적인 비리구조라고 인식하지만 이를 계기로 반핵운동이 촉발되고 전력수급 불안을 가중시킨 부작용을 생각하면 책임이 무한하다.
원전산업이란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불안하고 조심스럽고 민감한 사업영역이다. 여기에서 사소한 개인적 이해로 원전산업의 이미지를 크게 악화시킨 것은 죄악의 양을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원전부지 확보난, 초고압 송전탑 난리에다 잦은 원전사고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을 무슨 수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측면에서 LS그룹의 통렬한 반성과 속죄는 한수원과 원전마피아 전반으로 연동돼야 할 것은 물론이다.


동양과 오리온, 한진과 한진해운


동양그룹 사태는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 줬다는 점에서 오너의 책임은 물론 금융감독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사안으로 비쳐진다. 동양그룹은 경제개발기에 공헌한 동양시멘트를 모계로 발전해 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계열확장이 짐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 오너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워지자 차입금으로 출자금을 마련한 것이 탈이 났다고 보여 진다. 동양그룹이 위급한 유동성 위기를 수습코자 계열 분리된 오리온그룹에게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을 때 “피보다 경영안정이 우선”이라는 말로 이를 거절한 것이 최근 경영계 내부의 절박한 기상의 단면을 말해 준다.
반면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경우 동생 조수호 회장의 미망인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요청한 1,500억원의 급전 지원을 수락하여 대조적이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해운경기의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모계인 한진그룹이 지원하여 위기를 극복한다면 형제간 우애경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해운업은 건설과 조선업과 함께 심각한 불황업종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한창 급성장세를 보이던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로 넘어간 것도 이와 관련된다고 본다. 그렇다고 한진이나 STX 등을 한계기업으로 분류하여 퇴출시켜서는 안된다고 보기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효성의 폴리케톤과 영도조선 수주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이 독자기술로 고분자 화학소재인 폴리케톤을 개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발표는 우울한 재계기상 가운데 모처럼의 밝은 소식이다. 앞으로 2년 내에 5만톤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추게2013-11-26_110623.jpg 되면 2020년에는 1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하니 획기적인 기술개발의 성과다. 특히 비자금 조성,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회장의 신념과 뚝심으로 10여 년간 장기투자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니 비리혐의와는 별도로 그의 공적은 높이 평가돼야 할 일이다.
또한 악성 장기파업으로 정치문제화 됐던 한진중공업의 부산 영도조선소 노사가 상생협력으로 돌아선 후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영도조선소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11년 절차에 따라 정리해고 했다가 고공크레인 농성, 국회 증인출석, 시신 농성 등 최악의 사태를 겪었지만 최근 그리스와 터키로부터 벌크선 4척을 수주하여 3개 도크가 가동하고 있다니 죽다가 살아난 사례다.
또 한진중공업이 조선 부지난을 해결하기 위해 건립한 필리핀 수빅조선조도 3년치 물량을 확보하여 영도조선소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게 됐다니 최악의 분규상처를 딛고 정상화되고 있지 않느냐는 기대를 걸게 한다.

 

by 100명 2013. 11. 26.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