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전 회장은 사임했지만, 그의 사람들은 여전히 KT에서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표현명 사장이 이 전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고, 김일영 사장은 CEO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에서 신임 회장을 뽑는 데 참여하고 있다. 다른 추천위원회 구성원 역시 대부분 이 회장 재임 시절 등용된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KT 차기 회장을 이 회장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뽑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수년간 흐트러져 있던 KT 조직을 복원할 수 있을까.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걱정스럽지만 다른 한편에선 추천위원회의 태생적인 한계도 위태로워 보인다. 공교롭게도 표현명 사장과 김일영사장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KT 관계자들은 신임 CEO가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특정 세력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빚을 많이 지게되면 KT의 경영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 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흐트러졌던 조직을 추스리고 보듬어줌으로서 내부 역량을 한데 모아야하는데, 빚을 많이 지고 들어오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CEO 의지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공모절차에 들어갔는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마뜩지않다. 이 전 회장만 사퇴했지 나머지는 그대로다. 추천위원회 구성 당시부터 KT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참신하고 공정한 인사를 중심으로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어야했는데, 기대에 크게 미달했다. 오히려 이 전회장 측 인사들로 꽉 채워졌다. 이런 인적 구성이라면 이 전회장의 시나리오대로 후계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지 오해하기 딱 좋다.

 

게다가 표현명 사장과 김일영 사장은 물론 일부 관료 출신 인사까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하다. 이 전회장 체제의 '공과'를 함께 짊어져야할 인사가 CEO후보로 거론되는것 자체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KT 안팎에서는 KT의 미래를 위해 내부 출신 인사가 CEO로 오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물밑에선 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전 회장 체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인사가 신임 CEO로 거론되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않는 얘기다.

 

추천위원회는 신임 CEO 선임 후 일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괄 사태 입장 발표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일괄 사태 입장 발표는 KT의 미래를 위해 진정성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추천위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나 정권의 요구에 맞는 사람을 덜컥 뽑아놓고 손을 턴다고해서 좋게 봐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최근 KT 안팎에서 추천위원회부터 새로 꾸려야한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  KT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자정능력이 이미 상실됐다고 실토할 정도다.

 

KT가 이런 지경에 내몰린 것은 정부 탓도 크다. 민간기업인 KT CEO를 정부가 낙하산으로 임명했고, 정권이 바뀌면 CEO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해도 전혀 문제없다는 교만함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정실 인사가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면 그냥 넘어갈수 있겠지만 현재 KT는 내부 조직 와해는 물론이고 실적마저 하향세다. 이 전 회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할 상황이다.

 

사정이 이 정도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미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하나'라는 말이 나올 수 있으나 차라리 CEO 선임 추천위원회 구성을 KT 개혁에 의지를 갖고 있는 참신하고 공정한 인사들 중심으로 다시 꾸리는게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번 KT 신임 CEO 선임에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통신 서비스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기때문이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위중하다.

 

by 100명 2013. 12. 1. 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