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3’로 한 단계 올리면서 ‘공기업 부채가 정부 우발 채무로 전이될 가능성이 개선되면 등급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기업 부채가 국가신용등급의 발목을 잡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무디스의 입장은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는 아니지만 정부가 사실상 보증하고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잠재적 국가채무로 분류하기에는 공기업 부채 규모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 부채를 모두 국가 부채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2개 부채 상위 공공기관의 부채 총액은 412조3418억원이다.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의 206조7550억원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로 이미 전체 공공기관 부채(493조4000억원)와 국가 채무(442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12개 공기업의 지난해 이자비용만 하루에 21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공기업 부채가 인구고령화, 가계부채 등과 함께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부각하자 정부는 일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행태에 제동을 건 상태다. 올해 말까지 공기업의 상세한 공공부채의 규모·성질·발생원인을 파악해 정상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공기업이 파산할 경우 어디까지 국가가 갚아줘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가채무 범위와 공기업 부채’ 보고서를 통해 공기업 부채 전액을 잠재적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 부채를 잠재적 국가채무로 분류하면 정부가 그 기업의 부채를 납세자의 세금으로 떠맡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부채의 상당 부분은 임직원에 대한 상식 수준 이상의 복지혜택, 조직 이기주의에 따른 경쟁적인 사업 확장 등이 원인으로 이는 정부의 책임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도 납세자의 돈으로 갚아주겠다는 메시지를 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은 우선 개별 기업에 대한 철저한 실사에 따라 공기업의 임직원 및 주주가 손실을 분담한 후 남겨진 부분에 대해서만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98년 금융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밟았던 과정을 선례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실사를 통해 은행 임직원에 대해서는 해고·연봉조정·퇴직 임원에 대한 구상권 행사 등으로, 주주에 대해서는 감자를 통해, 예금주에 대해서는 예금보장 한도 설정으로 손실을 부담시킨 후 나머지에 대해서만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박 연구위원은 “당시처럼 공기업을 엄격하게 실사한 후 구조조정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기업의 경우 전·현직 임직원과 정부, 그리고 해당 공기업의 사업으로 혜택을 본 경제주체들에게까지 손실을 분담시킬지도 진지하게 검토한 후 남은 부분만 잠재적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by 100명 2013. 12. 2. 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