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한국인이 주름잡은 이유?

기사입력 2008-06-04 13:23


[마이데일리 = 장서윤 기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한국인들의 손길이 심상치 않다.

드림웍스 제작의 '신밧드(2003)' '마다가스카(2005)' '헷지(2006)' 등에 한국인이 주요 스태프로 참여한 데 이어 5일 개봉을 앞둔 '쿵푸 팬더(Kung Fu Panda)'에는 전용덕(37) 씨와 제니퍼 여 넬슨(한국명 여인영, 36) 씨가 레이아웃 총 감독과 스토리 총 감독으로 각각 활약했다.

한국인이 총 감독직을 맡아 작품 전체를 지휘한 것은 이번이 처음.

2일 방한한 전용덕·제니퍼 여 넬슨에게서 할리우드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애니메이터와 스태프들의 강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씨는 "대학 졸업 후 1997년까지 금강기획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친구의 유학을 지켜보고 뭔가 살아움직이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미국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후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마친 그는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 2년 만에 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전 씨는 "능력있는 사람을 대우해주는 시스템이 미국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아무 연고도 없는 동양인인 나를 2년 만에 팀장으로 승진시켜 준 것이 바로 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스토리를 개발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이후 제작이 가능한 시간을 투자한다"며 "'쿵푸 팬더'도 제작 기간이 총 5년 걸렸지만 결코 긴 기간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제작 중 야근은 한번도 하지 않는 등 회사에서 아티스트들의 건강과 컨디션을 최적 상태로 유지해 주는 것도 미국 영화 제작 시스템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여 넬슨은 동양 문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과 한국인의 남다른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쿵푸 팬더'에도 소림사의 역사와 무술의 길을 걷는 이에 대한 경의감을 표현했다"며 "보통 서양 영화에서는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이를 밟고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만 동양 철학은 내면의 수련이 없으면 행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나. 그런 점을 드러내려 애썼으며 최근 할리우드가 이같은 동양 철학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의 특유의 성실성과 손재주도 애니메이션 제작진으로 인정받는 강점 중 하나라고.

제니퍼 씨는 "미국 동료들은 한국 영화에 대해 대체적으로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평을 내린다. 한국 애니메이션 '원더풀데이즈' 같은 작품은 미국 동료들에게서 '영상이 무척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근 드림웍스에서 일하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는데 손재주나 성실성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좋은 영화·애니메이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쿵푸 팬더'의 레이아웃 총책임 전용덕(왼쪽)씨와 제니퍼 여 넬슨 씨.]
by 100명 2008. 6. 4. 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