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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아빠!-어디가?’
방송계의 트렌드는 누가 뭐래도 '떼토크', '집단 토크'였다. 종합편성채널이 돈을 적게 들이고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내놓은'떼토크' 형식은 종편을 넘어 지상파, 케이블 방송이 따라하면서 하나의 현상이 됐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고 있다. '먹는 방송'이라는 뜻의 '먹방'이 '떼토크' 만큼이나 방송계를 장악해 가고 있다.

요새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보면 더 그렇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먹방'계의 신성이 탄생했다며 호들갑을 떨며 '아빠! 어디가?'의 윤후(8)를 앞세워 '짜파구리'를 유행어로 만들었고, '진짜 사나이'에 나온 군대식 햄버거 '군데리아'는 인터넷 인기 검색어가 됐다.

아예 '먹방'을 내세운 예능이나 드라마 등이 지상파, 케이블, 종편 할 것 없이 연이어 나오고 있으니,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시즌2를 맞은 tvN '꽃보다 누나'는 지난달 29일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대를 돌파했는데, 김희애의 '먹방'이 큰몫을 했다. 예고편에서도 골뱅이소면과 짜장면, 맥주 등을 복스럽게 먹는 장면을 보여주며 '먹방'을 강조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방'은 중독 코드인 듯하다. KBS '해피 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의 딸 사랑이는 귀여운 외모에 먹는 모습까지도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데, 1일 방송에선 사랑이가 떠먹는 요구르트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인터넷을 달궜다. 이 프로그램은 매 방송마다 사랑이의 '먹방'을 비중 있게 담고 있다. 먹는 것을 빼고서는 이야기의 구성이 되지 않을 지경이다. MBC 역시 지난달 30일 방송된 '세바퀴'에선 개그우먼 박미선의 집 밥이 화제였다. 시어머니의 밥상을 직접 스튜디오에 차려 놓고, 전 출연자가 시식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된장찌개며 조개젓무침, 각종 김치 등은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종편 JTBC는 아예 집 밥을 메인 주제로 삼아 '집 밥의 여왕'을 등장시켰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대접하는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8일 첫 방송해 2%대의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한 tvN '식샤를 합시다'는 여주인공 이수경이 3~4인분으로 나오는 해물찜을 혼자 양손으로 입 안에 구겨 넣는 장면과 남주인공 윤두준이 짜장면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모습 등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식샤를 합시다'의 박준화 PD는 "'먹방'코드를 강조했다"며 "혼자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라고 음식과 스토리를 엮었음을 밝혔다.

최고의 화제 드라마 tvN '응답하라 1994'에서도 하숙집의 먹는 장면은 빠지지 않는다. 첫 회부터 엄청난 양의 냉국수가 등장하더니 2화엔 아구찜, 3화는 잡채, 4화에는 비빔밥 식단, 5화는 전어와 유정란 계란찜, 벌교 꼬막 등이 펼쳐졌다. '먹방'은 '응답하라 1994'의 메인 코스인 셈이다. 서명혜 미술감독은 "하숙집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부터 배달음식인 짜장면까지 안 나오는 장면이 없다"며 "직접 푸짐하게 만들어 현실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TV는 왜 이렇게 '먹방'에 집착하는 것일까. '해피 선데이'의 박중민 CP는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리얼하게 생활을 밀착해 관찰하는 포맷으로 진행되다 보니 식생활이 빠지지 않는 것이며, 시청자들과도 공감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y 100명 2013. 12. 4. 0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