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산업계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KT텔레캅이 갑작스럽게 기업공개(IPO)에 나선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상위권 경쟁사인 ADT캡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유력 인수자의 참여로 업계가 들썩이는 상황이라 KT텔레캅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상장 카드를 꺼내 확보한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텔레캅은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이날 접수를 마감했다.

우리나라 보안 산업계의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업계에선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이 시장 점유율 50%(1조60억원)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고 이어 ADT캡스와 KT텔레캅이 각각 20%(4450억원)와 15%(3000억원)를 점유하고 있다. 2, 3위 격차가 크지 않아 두 회사가 맞이한 최근의 변화는 업계 경쟁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KT텔레캅은 경쟁력 유지를 위한 자본 확보와 500억원 규모의 2대 주주 투자금 상환을 위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상장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62억원과 27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각각 33억원(34.73%), 44억원(61.97%) 줄어 침체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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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공개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으로는 2대 주주인 재무적 투자자의 원리금을 상환하기에도 벅찰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상장 후 시가총액 규모는 600억~700억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KT텔레캅은 2011년 1월 국민은행으로부터 전환사채(CB) 150억원, KB자산운용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RCPS) 3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는 이들에게 2016년 1월까지 원리금을 상환하거나 IPO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주기로 약속했다. 500억원의 자금에 연평균 5% 이상의 이자를 붙여주면 3년여 만에 약 60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상장 과정에서 3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빚 갚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KT텔레캅에는 이 업계에 유력한 대기업이 들어와 업계 순위 간극이 벌어지는 것이 우려되는 일이다. M&A 시장 관계자는 “ADT캡스가 SK텔레콤이나 자본력이 풍부한 사모펀드투자회사(PEF)에 인수될 경우 1등 에스원을 잡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수 있다”며 “이 경우 3위에 머물고 있는 KT텔레캅의 경쟁력은 크게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텔레캅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회사는 대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이 회사는 상장에 성공해 시장성 자금조달 여건이 마련되면 업계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여겨지는 가정용 보안 부문에 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선두권 리더들이 이미 시장을 과점한 산업용 보안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녹록치 않다고 여기고 모그룹인 KT가 인프라를 선점한 가정용 시장을 두드릴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정용 부문이 전체 보안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 성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인구의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이 시장에 대한 필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파트보다는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이 시장의 보안 수요가 높다”며 “인구구조변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가정용 보안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2. 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