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소고기 2030년 완전 개방

[ 김홍열 기자 ]

한국이 호주와 사실상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호주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를 FTA 발효 시점부터 15년 후 완전 철폐하기로 해 주목된다.

정부는 호주산 수입이 급증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미국산보다 쉽게 발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축산업계는 생존 기반을 흔드는 개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타결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으로 예상되는 한·호주 FTA 발효에 따라 2030년께 호주산 소고기에 붙는 관세를 완전히 없앤다.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연평균 2~3%포인트 관세를 낮춰 15년 뒤 철폐하는 것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5일 브리핑에서 "소고기와 낙농품은 한·미 FTA보다도 더 보수적인, 말하자면 더 좋은 조건에서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시장을 개방한 이후 호주산 소고기 수입 물량이 2009~2011년 3년간 평균 수입 물량(12만8000t)의 110%를 웃돌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얻어냈다. 이는 최대 수입 물량의 120%를 초과할 때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도록 한 한·미 FTA 조건보다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산 소고기에는 34.7%의 관세가 붙고 있다. 호주산처럼 발효 시점부터 15년간 단계적인 관세 인하를 거쳐 완전 철폐된다.

축산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광우병 청정국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호주산 소고기의 경쟁력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호주에서 12만4000t의 소고기를 수입했다. 한국 내 수입 소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은 49%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미 관세가 5.3%포인트나 낮춰진 미국산 소고기(39.6%)보다도 높다.

업계는 한·미 FTA에 이어 한·호주 FTA로 수입 소고기가 시장을 더 잠식할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53.6% 증가한 탓에 국내 한우 가격이 1.3%, 송아지 가격은 24.6% 떨어졌다. 미국산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호주산 소고기까지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경우 축산농가의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는 이날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서두르면서 농축산업시장 개방을 강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한·호주 FTA 체결로 국내 축산농가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개방에 앞서 국내 축산업계의 생존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by 100명 2013. 12. 6.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