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장재혁(미디어카툰 www.metoon.co.kr)     © it타임스

KT 차기CEO(최고경영자, 회장) 선출을 위한 본선 무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장외에 머물던 경쟁이 CEO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라는 장내로 들어온 셈이지요. 물론 이곳저곳 실력자를 찾아가 줄대고 읍소하는 장외전의 다른 이름인 ‘셀프 마케팅(self-marketing)’은 여전할 것입니다. 더하겠지요.

늘 그렇듯. 승부의 전조(前兆)는 골인 지점으로 가는 단계별 말미에 얼굴을 내밉니다. 이런저런 의혹과 우려, 나아가 ‘갸우뚱’을 생산하는 양념을 제공하지요.

우선 KT 내부인사들이 묘한(?) 모습으로 무대를 흔듭니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관심을 모았던 표현명 현 CEO직무대행이 도전하지 않았고, 하마평과 거리가 멀었던 정성복 부회장(윤리경영실장)이 응모했습니다.

현직인 정 부회장은 추천위의 스탭인 사무국을 관장하는 윤리경영실의 수장인 까닭에 스스로 불공정 시비를 만듭니다. 그 뿐입니까. 유력후보 중 하나인 최두환 전 KT사장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사실이라면, 시점을 생각할 때 어두운 진흙싸움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권의 실력자들도 고달픕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동급으로 여권의 차기 대표로 여겨지는 실세 의원 S씨가 그렇습니다. 공모마감을 전후해 이름을 제법 높이 올린 전 통신회사 CEO출신 J씨가 S씨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구설수에 오른 탓입니다.

그 뿐입니까. 삼성출신 후보들은 조마조마합니다. KT인들의 잔뜩 결기어린 경계 때문입니다. 삼성출신 인사가 최종후보로 결정되면 한껏 저항할 태세입니다. KT노조는 민노총에 다시 들어가 정치적으로 저항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선거의 계절을 앞둔 무시못할 정치력을 염두에 둔 으름장이라고 할까요.

치열한 장외 경쟁과 함께, 무대 안 경선은 10여일 동안 숨가쁘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미 1차 경선이 마무리됐다는군요. 6일 공모마감과 동시에, 추천위가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23명으로 줄였으니까요. 직접 응모한 30여명과 헤드헌터사로부터 추천받은 15명을 합한 약 45명 중 절반을 가렸습니다.

23명의 후보들은 8명씩 3개군으로 나뉘어 각 후보들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다고 판단되는 추천위원들에게 분배됩니다. 추천위원들은 빠르면 12일까지 후보들에 대한 서류심사와 평판수압을 거쳐 후보압축을 위한 준비를 마칠 것입니다.

이어 14일 추천위를 열어 3~4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후, 16일을 전후해 면접에 들어간다는군요. 지난 선출전을 두고볼 때, 면접 직후 최종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변수는 있습니다. 첫째는 검찰의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시점입니다. 추천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대다수가 이 전 회장과 무관치 않은 탓에, 이 전 회장의 검찰 소환은 크든 작든 CEO선출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니까요.

둘째는 청와대의 의중입니다. CEO선출을 위한 주체는 추천위지만, 실체는 청와대라는 ‘공지된 인식’에서입니다. CEO를 향해 뛰는 선수(?)들의 손발과 촉각이 하나같이 청와대를 향하는 이유이지요. 추천위의 시선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떡합니까. ‘청와대 의중은 없다’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답으로 보입니다. 겉으로 포장된 ‘우린 무관하다’가 아닌, ‘아직 결정된 게 없다’가 사실이라는 전언입니다. 후보압축에 앞서 이미 최종후보에 대한 시그널(?)을 받았던 과거와 달리, 추천위는 일단 3~4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후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겠지요. ‘공지된 인식’대로라면 그렇습니다.

추천위로서는 내실이 우선이지만, 모양도 중요합니다. 두루 후보를 살펴 압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면접에 올릴 후보는 KT출신·관료출신·전문경영인·전문가 그룹에서 각 1명씩 3~4명으로 꾸려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습니다.

무대는 섰고, 선수들은 입장했습니다. ‘공지된 인식’을 전제하든 무시하든, 결과가 축제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합니다. 일개 통신그룹이 아닌, 국가대표 ICT그룹의 내일을 향한 축제말입니다.

by 100명 2013. 12. 9.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