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회장 후보가 20여명으로 압축됐다. 9일 복수의 KT 관계자에 따르면 KT CEO(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가 7일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43명이 지원했는데 최근 2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추려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성복 KT 부회장이 응모했다는 사실이다. 정 부회장은 2008년 서울고검 차장 검사로 재직하다가 KT에 부사장급인 윤리경영실 실장으로 영입됐다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1월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석채 전 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윤리경영실을 총괄하는 정 부회장은 KT 내부 비리를 감시·감독해야 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표현명 사장이 후임 회장으로 부적격하다는 비판이 많은 가운데 정 부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때 이 전 회장이 임명한 낙하산 인사들 중심으로 표 사장을 미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청와대에서 일찌감치 표 사장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대신 정 부회장을 밀기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이 임명한 사내외 이사들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 내부에서도 KT 회장은 KT 출신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돼야 자리 유지가 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정 부회장이 이 전 회장과 결별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으나 최근 분위기는 낙하산 인사들이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14일 CEO 추천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12일 이사회가 소집된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CEO 추천위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하는 수순인데 특별한 안건도 없이 이사회가 잡힌 건 일부 이사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이사들이 청와대가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에 반발해 청와대 외압설을 흘리면서 사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이사들이 집단 사퇴해 CEO 추천위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사들이 사퇴 가능성을 흘리면서 역으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석채 측근들에게 이석채 후임을 뽑으라고 맡겨놓고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낙하산을 심으려고 하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KT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고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와 CEO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확고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압축된 회장 후보에는 최두환 전 KT 종합기술원 원장과 이상훈 전 KT G&E부문 사장,석호익 전 KT 부회장 등 KT 출신 인사들과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데이콤 사장 출신의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과 정규석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원장(전 LG전자 사장)이, 방석호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등도 포함돼 있다. 조태욱 KT인권센터 위원장도 응모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CEO 추천위는 14일 회의에서 후보자를 3~4명으로 압축한 뒤 인터뷰를 갖고 이달 중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12일 이사회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by 100명 2013. 12. 9. 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