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만 20여명, 중량급 인사 검토 소문…외압 우려에 CEO 추천위 자격 논란도

KT CEO추천위원회가 25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이석채 전 회장의 후임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일단 형식상 공모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KT 안팎에서는 결국 청와대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KT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자천 또는 타천으로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고사했거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어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에서는 외부 인사들을 이석채 전 회장 측근인 표현명 사장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 경우 이석채 시즌 2가 될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에서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 대선 때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한 경력이 있다. 지방대(청주대)를 졸업하고 정통부 차관까지 지낸 지방대 신화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2008년 정통부에서 물러난 뒤 로펌에서 근무해왔다.  

청와대에서 전직 차관급 인사나 KT 출신 인사보다는 좀 더 중량급 인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계속 나돌고 있다. 김 전 차관이나 표 사장 등은 후보가 아니라는 언급으로 보인다. 심지어 친박계 중진이고 최근 KT 고문을 맡았던 김병호 전 한나라당 의원까지 거론된다.

삼성 출신으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부 언론에는 이 부회장이 최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삼성 출신이 KT 회장을 맡게 될 경우 KT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 등도 계속 거론되지만 진 전 장관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출신으로는 최두환 전 KT종합기술원 원장과 이상훈 전 KT 사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박용관 오이솔루션 대표가 다크호스로 주목 받고 있다.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응용 물리학 박사를 취득한 뒤 루슨트테크놀러지의 벨연구소에서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종훈 전 벨연구소 소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창조경제 관련 행사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것도 청와대 낙점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CEO 추천위는 "공모와 더불어 전문기관으로부터의 추천 등을 통해 후보자 풀(pool)을 구성한 뒤 이사회에서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최종후보자를 선정, 주주총회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EO 추천위는 연내 최종후보자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CEO 추천위가 밝힌 응모 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글로벌 경영능력과 사업수행 경험 ▲ICT 및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미래지향적 비전 ▲대규모 조직관리 경험과 강력한 경영혁신 의지를 갖춘 자다. 이번에 선임되는 CEO의 임기는 2017년 정기주총까지다.

한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응한 미국 미시간대 교수 등 CEO 추천위원회 인사들 가운데 이 회장 측근들이 표 사장을 밀다가 안 될 경우 외압이 있었다며 판을 뒤집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여론을 살피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일영 KT 사장이 CEO 추천위에 합류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비리 혐의가 계속 터져 나오고 이 회장이 전직 차관급 인사에게 비자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전 회장과 연계된 인사들은 후보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KT 안팎에서 정권과 관련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정치색을 배제한 인사를 심으려 하겠지만 지금 CEO 추천위 구성으로는 어떤 인사가 후임으로 오더라도 낙하산·외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2. 9.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