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개입 지시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의 재판출석한 증인에게 재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1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이모 5급 사무관은 이날 재판 초반에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20년 넘는 경력이라 굳이 위에서 지시를 받지 않아도 알아서 했다’ 등의 모르쇠로 일관하다 재판장으로부터 한차례 제지를 받았다.

이 사무관은 검찰에서 피의자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매일 그날 트위터 작업을 할 이슈 및 논지를 내부 e메일로 받았고, 그것을 작성하는 팀이 고생이 많다. 표현이 이상하라고 고치라고 해서 힘들 때도 많다”고 진술을 했다가 이날 법정에서는 “e메일로 받은 기억이 없다. 검찰의 체포당시 정신이 없어서 잘못 진술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다”며 모든 발언을 부정했다.

이어 대부분의 이슈 및 논지는 구두로 받았다며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이 사무관은 그러나 ‘그렇다면 구두로 받았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전달받았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또다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 사무관은 2011년 2월부터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 5팀에서 트위터 활동업무를 담당해왔으며, 비교적 최근인 지난 5월까지 동일한 업무를 해왔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내용조차도 ‘기억에 없다’고 답변을 반복하자 재판장은 재판을 제지하면서 “일년 넘게 안보 5팀에서 트위터 일을 해왔고, 이슈 및 논지까지 받았다고 하면서 여기서는 기억이 없다고 하면 증인은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과 6개월 전까지 매일 이 일을 한 것인데 기억이 없다, 죄송하다라고 하는 것은 재판부로 하여금 증인의 진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관은 그러나 “저는 제가 할 일을 직접 찾아서 해왔기 때문에 이슈 및 논지 하달에 연연하지 않아 그렇게 설명드렸다”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편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원 내에서도 당시 트위터 작업이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무관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팀원들도 트위터 활동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너무 쎄게 하는 것 아니냐. 신중하게 자제해야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은 저희도 모르지는 않지 않겠냐, 대선개입 의도는 없다고 하더라도”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에 “저희끼리 조심하고 신중하자고 해는데도 지금에 와서 그동안 작성했던 트윗글·리트윗글을 보니 그 안에 빠져있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나중에 선거관련 특정후보 지지·비방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라고 한 사실 역시 인정했다.

다만 팀원들간의 의견이 상부에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사무관은 또 자신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40여개의 계정을 다른 파트 기획부서 파트원에게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작성해 줬으며, 이후 새로운 계정을 만들면 타 파트원으로부터 요청이 올 때마다 부정기적으로 새로운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무관이 공유한 해당 계정들은 일종의 ‘공동계정’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확인된 바 있다.

by 100명 2013. 12. 9. 14:44